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한 종류인 위믹스를 80만여개를 보유하다 2월 말에서 3월 초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 등을 개발한 중견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코인이다. 인출 금액은 약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위믹스를 전량 인출한 시점이 소위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시행된 지난해 3월 25일 이전이라 논란이 증폭됐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상화폐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점도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에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암호화폐 보유 논란 반박했지만 의혹 해명 빠진 '대국민 사과'
김남국 의원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암호화폐 보유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대응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보도되고 있어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돼 상세하게 보고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매각대금 이다"라며 "지난 2021년 1월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주문해 9억 8574만 1515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암호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당하게 주식에 투자해서 얻은 주식 매매대금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며 “타인 명의로 이체 받거나 빌린 돈 이런 것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소 3곳을 거론하며 "이들 거래소에서 모두 실명 확인이 된 계좌만 이용해 거래했다"며 "실명이 확인된 계좌가 아닌 경우에는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5일 트래블룰(가상자산 거래실명제) 실시 직전에 암호화폐를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모든 거래를 실명 계좌를 통해서 했기에 트래블룰 시행 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9일에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당분간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라며 "민생 위기 속에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께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고 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당분간은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민주당, 논란 진화에 안간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을 팀장으로 하고 경제 전문가인 이용우·홍성국 의원과 변호사 출신의 김한규 의원이 팀원으로 참여한 자체 진상조사팀의 첫 회의를 열었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의문이 제기된 내용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며 "코인 계좌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신속한 조사를 위해 김 의원에게 코인 및 기타 계좌 거래내역 등 전반적인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김 의원의 코인 거래·보유 행위가 현행 법령을 위반했는지, 위법 사항이 없더라도 민주당 당헌·당규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팀에는 정보기술(IT) 전문 변호사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도 합류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에게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매각할 것을 지난 10일 권유했다.
◇ 김 의원 "명확하게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 되풀이
김남국 의원은 12일 거액의 코인 거래와 관련한 자금 출처 의혹 등에 대해 “명확하게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늘에서 떨어진 돈, 굴러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고, 공개하면 모든 게 투명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왔다면 현금이 뭉칫돈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나 은행 창구를 통해 들어와야 하는데 이자가 분배돼 들어온 것 말고는 없다"며 "문제가 없어서 법원에서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는데, 수사기관으로 의심되는 곳이 특정 언론에 흘려서 엄청나게 뭐가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해 소속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도중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인이 안 돼서 거래 내역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게임업체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라는 점을 들어 게임 업계의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 서울경찰청 ‘암호화폐’ 의혹 고발 사건 수사 착수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암호화폐’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김 의원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 12일 배당했다. 영등포경찰서 내부에서는 아직 수사팀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9일 김 의원을 금융실명법 위반·명예훼손·사기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국민을 기망하며 범죄사실마저 인지 못한 잘못한 뻔뻔함에 개탄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