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김 의원이 대국민사과를 진행했다.
의혹에 대한 소명에만 집중한 나머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당분간 당 차원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9일 김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민생 위기 속에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께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자세히 소명했지만,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고 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당분간은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전세 만기가 도래해서 가지고 있는 6억원 전세자금을 투자해서 LG디스플레이(주식)를 산 것"이라면서 "전세자금을 가지고 처음에 암호화폐 초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을 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안산에 이사해서 살고 있었고 거기는 이제 월세로 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한 대금 9억8574만원을 가상자산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뿐 아니라 여러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말하며 "2016년 2월경부터 그 당시에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붐이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8000만원 정도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제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었을 때였기 때문에 제 돈으로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위믹스' 투자 배경에 대해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회사가 실체가 없거나 페이퍼 회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장사, 아주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저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점은 사실은 3만원"이라면서 "그래서 이미 한참 폭락하고 있었던 시점에 매도했다"고 강조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폭락 직전에 팔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팔았다고 한다면 고점에서 팔았어야 한다"면서 "그 업계의 말단에 있는 사람하고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가상자산 투자 과정에서 '본인 명의가 아닌 계좌를 사용한 적이 있느냐', '돈을 빌린 적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김 의원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계좌추적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들이 거의 아예 인정이 안 됐다고 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영장을 들여다보면 허무할 거다. 몇 페이지 안 돼서"라고도 덧붙였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수사 의뢰를 했던 시점이 지난해 초라고 들었다. 이거를 아직 이렇게 들고 있다가 갑자기 특정 언론사를 통해서 흘렸다고 하는 것은 정치 수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예 통째로 그냥 다 검증할 수 있도록 검찰에 던져줘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기록을 넘겨받고 그의 전자지갑에 담긴 코인의 출처와 관련 자금 흐름을 역추적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이 이해 충돌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의원은 "집 가진 국회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을 발의 못 하고 차 가진 사람은 자동차와 관련된 법을 발의 못 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법에 의해서도 이 경우에는 이해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암호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80만여개 보유했고, 최대 60억원에 달하는 이 자산을 지난해 2월 말~3월 초 인출한 의혹을 받는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3월 25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어 김 의원은 2020년 12월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를 강화하고자 '의원이 상임위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할 경우 징계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여기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은 빠져 있어 비판을 받아 왔다.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8일 지성호 의원 등 20명의 발의로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징계안을 제출하고 "60억원 코인의 대량 인출 단계에서 나타난 여러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과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김 의원은 비난여론이 들끓자 이처럼 나흘만에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코인 투자는 적법한 것이었음을 강조해,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의혹에 책임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