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안을 심사했지만 여야는 지원 대상이 되는 피해자 요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아온 피해자 지원 요건을 6가지에서 4가지로 수정한 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고 지적하며 3일 재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소위원장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후 "차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여야 입장 차를) 더 많이 좁혀나갈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제대로 된 특별법안이 나오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국토위 소위는 이날 김 의원이 발의한 정부·여당안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3건을 병합심사했다.
이날 소위는 전세사기특별법의 지원대상 요건을 기존의 6가지를 4가지로 줄인 국토교통부의 수정안을 논의했다. 종전 정부·여당안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기 위해선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다수 피해자 발생 우려 등 6가지 요건이 필요했다.
수정안은 대항력·확정일자 요건을 미충족하더라도 임차권등기를 마친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또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요건은 기존의 '다수 피해자 발생 우려'에서 임대인의 파산 및 회생절차 개시, 경·공매 절차 개시로 인해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로 고쳤다.
여야는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정부가 대신 매입할지 여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의원은 "전세사기가 아니라도 보이스피싱 등 사기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정부가 세금으로 대납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위 야당 간사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저희 입장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안을 보완해서 피해자가 원하는 보증금 반환도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세 낀 주택의 대출, 임대주택의 쉬운 매매·명의이전 등을 통한 갭(전세) 투기는 제도 보완으로 사각지대를 없애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해 퇴출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퇴진 출구'를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 국회는 물론 정부 등 모두가 외쳐온 '취약층 주거안정'이 집값 하락기에 또 한 번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냈음을 자성하고, 하루 빨리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경찰이 인천 미추홀구에 다수의 피해자를 낸 일명 건축왕 일당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전세사기범들에게도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대출인이 모두 허위거나 전세 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이들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임대인과 임차인, 보증 대출 관련자들이 전세사기 또는 불법대출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되면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