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미국 재판 일정이 2026년 2월로 3주 연기됐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가상화폐 관련 수사 범위를 좁히겠다고 발표했지만, 권씨 사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10일(현지시간) 열린 두 번째 심리에서 권씨 재판을 2026년 2월 17일에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내년 1월 말이었다. 검찰은 권씨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방대한 증거자료가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연기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에서 송환된 뒤 뉴욕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현재까지 총 세 번 미국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고,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 중이다.
이날 법정에서도 권씨는 노란색 수의를 입고 수갑과 포승에 묶인 채 출석했다. 언론에 공개된 이전 모습보다 수척해 보였으며, 직접 발언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권씨의 미국 인도 당시 몬테네그로 수사당국으로부터 확보한 4대의 휴대전화 중 일부 데이터만 복구된 상태라고 밝혔다. 암호 해제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새로운 정보는 전하지 않았다.
뉴욕 연방법원은 블랜치 법무차관의 가상화폐 수사 축소 지침이 이 사건에 적용되느냐고 질의했으나, 검찰은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관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하에 가상화폐 범죄에 대한 기소가 느슨해진다면 권씨 사건도 혜택을 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는 그대로 진행될 분위기다.
변호인 측은 이 지침이 향후 재판 전략의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적용된 혐의 중 중복 적용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권씨는 증권사기, 상품사기, 통신사기를 포함해 총 9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130년형까지 가능하다.
검찰은 권씨가 운영했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소셜미디어와 방송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테라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시세조작이 핵심 혐의다.
한편 권씨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으며, 한국도 신병 확보를 시도했지만 결국 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