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기업들은 당국 단속에도 불구하고 규제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대대적인 소송과 강제 집행을 단행했지만 암호화폐 기업들이 규제를 이행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이 금융 시장 부정 행위를 단속하면 산업은 증권법을 이행하게 되는데, 암호화폐 업계는 규제 이행을 회피하면서도 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이행 방안은 명확한데,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기준을 벗어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겐슬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이끈 민주당 인사로, 오래전부터 증권법이 이미 암호화폐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면서, 업계를 규제하기 위해 의회에서 추가 권한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말 FTX가 파산한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공격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제네시스 글로벌, 제미니 트러스트, 크라켄을 기소했으며 바이낸스USD(BUSD) 발행기관 '팍소스'에도 기소를 예정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리플 같은 업계 대형 플레이어들은 SEC 규제 방식을 비판하면서 의회와 규제기관에 새로운 규제 수립을 위한 로비를 진행 중이다.
의회에서는 겐슬러의 규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처럼 단속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암호화폐 규제가 답보하는 가운데 유럽은 신속하게 관련 법 체계를 마련 중이다. 곧 '암호화자산시장법(MiCa, 미카)'을 시행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 같은 규제 격차가 발생하면 다른 국가로의 기업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게리 겐슬러는 "암호화폐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큰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암호화폐 산업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더 큰 손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규제 당국과도 논의를 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카는 비트코인조차 다루지 않는다"면서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90년된 증권법을 강제해 암호화폐 금융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SEC 규제가 매우 기본적인 요구라면서 "금융 부문에서 협상의 기본은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하려면 특정 사실 및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암호화폐보다는 예측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이 더 혁신적인 기술이며 규제를 준비해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든 중개업체와 금융 데이터 집계 업체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도구를 규제할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