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금리인상 후 약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고용 지표로 연준의 전달한 메시지가 더욱 강조됐다"면서 기존 통화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1월 고용보고서에서 예상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지표를 확인했다"면서 "연준이 왜 물가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p 금리인상을 결정하며 지속적인 금리인상 방침을 밝혔다.
시장은 연준 의장이 여러 차례 물가상승 둔화를 언급한 점에 주목하며 상승 반응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3일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는 노동 시장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고, 시장에 추가 긴축 우려를 더했다.
◇ 파월 "강력한 고용 예상 못해...상황 나아질 것"
고용보고서에 대한 질문에 연준 의장은 "이렇게까지 강한 고용 수준은 예상하진 못했다"고 말햇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 활동 둔화에도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노동 수요가 굉장히 커서, 공급과 수요 차이가 500만명에 이른다"면서 "팬데믹 이전에 이런 경우가 없었다. 팬데믹이 공급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이민율로 인해 경제활동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 대해서는 "팬데믹 당시 이민이 적었고 특히 농업과 식품 서비스 부문에서 이민자들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 이민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 노동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 의장은 강력한 고용 보고서가 나오거나 생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 데이터가 나오면 판단은 바뀔 수 있다"면서도 "노동 시장이 향후 어느 정도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공유했다.
◇ 파월 "통화 정책 변동 없다...목표치 2% 고정"
다만, 시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듯 "FOMC 기자회견 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며 한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중 25%를 차지하는 상품 부문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계속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서비스 부문은 하반기 물가상승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56%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 특히 주택 제외 서비스 부문은 둔화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점은 우려한다고 말했다. 연준 이장은 이것이 물가상승 둔화가 아직 초기 국면에 있다고 판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물가를 잡기까지 갈 길이 멀고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고통 없이 물가상승세를 없앨 수 있다고 기대를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다"면서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고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목표는 PCE 물가지수를 2%로 고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목표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PCE는 약 5%, 근원 PCE는 4.4%를 기록하고 있다.
제롬 파월은 "2018년과 2019년 실업률 3.5% 상태에서 물가상승률이 잘 고정돼 있었다"면서 "당시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장기간 동안 달성하면 강력한 노동 시장이 가능해지며 대중에게 굉장히 큰 혜택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 의장은 "다시 당시 시장 상황으로 되돌리기 원한다"면서 "이는 물가상승률을 통제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시장 기대처럼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전망치는 항상 입수되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지는 잠정적인 예측치"라면서 "데이터에 따라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상보다 데이터가 훨씬 더 강력하고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이를 단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물가 안정 시기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다"면서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당 부분 낮아져 2%에 도달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 방향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준의 독립성은 대중 신뢰를 필요로 한다면서 대중과 소통하며 FOMC 결정과 방침에 대해 투명하겠다고 말했다.
◇ 연준 정책 이모저모
코로나 당시 연준의 과도한 완화 정책이 물가상승을 촉발한 원인이 아닌지를 시사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통화 정책은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국제 경제는 갑자기 멈췄고 경기침체 전망이 나오고 있었으며 백신은 언제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의회와 연준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된 정부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이 관여해야 할 사항이고, 의회의 역할"이라면서 "시의적절하게 상향 조절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미 연준이 경제와 금융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 동향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등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 외부 요인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면서 "물가상승률은 수급 균형 뿐 아니라 원자재나 유가 등 국제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부분에 의해 변동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국제 경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시장은 다시 '훈풍'...호재성 발언에 민감 반응
제롬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 시장은 잠시 흔들렸지만 호재성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경계감이 크게 누그러든 상황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0.78%, S&P500 지수는 1.29%, 나스닥은 1.9% 상승 마감했다.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1.97% 상승한 2만3259달러, 이더리움은 3.27% 오른 1673.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은 더욱 큰 폭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3월과 5월 FOMC에서 0.25%p 금리인상을 진행할 확률은 각각 90%, 66%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