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붕괴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운영 부실은 인정했지만 '고의적인 범죄 시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딜북 서밋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거래소 파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FTX 창업자는 "변호사들은 발언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바하마에 있는 거주지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320억 달러 규모의 FTX 생태계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붕괴했다.
2일 계열사인 암호화폐 거래업체 '알라메다리서치'의 대차대조표가 대부분 FTX의 자체 토큰 FTT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6일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FTT를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FTT 가격 폭락과 FTX 대규모 인출을 촉발했다. 결국 유동성이 고갈된 FTX는 100여개 계열사와 함께 지난달 11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현재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이용자 자산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거래소는 여러 규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 / 출처 뉴욕타임즈 인터뷰 영상 갈무리
거래소 CEO직에서 물러난 샘 뱅크먼 프리드는 파산 후 첫 공식 석상에 FTX가 리스크 관리와 감독 측면에서 부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고의로 사기를 시도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말에 거짓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FTX가 흥미로워 보이도록 노력했지만, 아는 선에서 진실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감사받은 재무 현황과 거래소가 공개한 통계 사이의 상당한 불일치에 대해서도 '회계 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고객 자금을 부적절하게 유용하거나 알라메다에 대출해줬는지에 대해서는 "알라메다와 FTX 고객 자산을 통합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고의로 자금을 섞은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알라메다와 FTX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됐다는 점도 피력했다.
그는 "두 기업 간의 관계를 거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FTX 거래량에서 알라메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5%에서 올해 2%까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소식이 나왔을 때 긴장하긴 했지만 FTX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고객 자금을 완전히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신은 어떤 자금도 숨기지 않은 상태이며 신용카드 한 장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FTX 창업자는 파산과 관련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으며, 이번 인터뷰에서의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징역형이나 종신형이 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뱅크먼 프리드는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장소가 있을 것"이라면서 "개인 거취는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미국에 돌아가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 의회에 FTX 사태를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