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프로토타입 개발 협력사로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을 선정한 가운데, 다수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ECB의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29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위원회 이사는 경제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디지털 유로의 첫 설계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이달 16일(현지시간) 디지털 유로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외부 협력사 5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협력사는 아마존(미국), 카이사은행(스페인), 월드라인(프랑스), 넥시(이탈리아), 유럽지급계획(EPI, 유럽)이다.
파네타는 "디지털 유로는 민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 사용자의 신원에 데이터를 연결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파네타는 발표 직후 다수 유럽 의회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개인정보 보호 규칙을 위반한 아마존이 디지털유로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연달아 나온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고객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마존에 7억4600만 유로(약 1조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 혐의로 부과된 벌금 중 최대 규모다.
당시 아마존은 "제3자에게 데이터가 노출된 적이 없다"고 항변하며 "규제 당국의 결정은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조치에 대해 즉각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중도좌파 의원인 에로 헤이넬루오마(Eero Heinäluoma)는 "사회 공헌과 세금정책 측면에서 아마존의 평판이 나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유럽 연합이 무엇이 부족하기에 아마존을 선택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의원들도 아마존의 참여가 유로의 결제능력 유지, 외국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등 디지털유로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파니 욘 쿠르탱(Stéphanie Yon-Courtin) 의원은 "앞서 (파네타가) 디지털 유로는 유럽의 결제 능력과 통화 주권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시장 지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며 "(아마존을 고른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어네스트 우르타순(Ernest Urtasun) 의원은 과거 페이스북(현 메타)이 진행했던 '리브라(Libra)' 프로젝트가 강력한 반대를 맞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 설명하며 "결정을 바꿀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파네타는 사전 발표된 기준에 따라 아마존이 선정됐다고 자신의 결정을 변호했다. 그는 "아직 유럽에는 수억명의 사용자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 최고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나스 페르난데스(Jonás Fernández) 스페인 사회노동당 소속 의원은 프로젝트 참가 기업에 재정적 보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마존에 다른 방식의 이익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코인데스크는 아마존이 청문회 내용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