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안도감이 확산되면서 살아났던 암호화폐 시장은 물가를 완전히 잡을 때까지 강력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입장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가라앉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연례회의 의사록에서 연준은 물가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강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연준은 지난 5월 빅 스텝(0.5%p 금리인상), 6월과 7월에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 수준이다.
지난 10일 나온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기록(9.1%) 및 기관 전망치(8.7%)보다 낮은 8.5%를 기록했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고 연준의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되자, 안심한 시장은 빠르게 반등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은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억제 노력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기본 목표치(2%)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2%로 내려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을 것"이라면서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의사록에서는 물가 안정세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확인됐다. 경기 둔화 우려로 통화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확산하면 연준의 물가 잡기 임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연준 위원들은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는 만큼 필요 이상의 긴축 정책을 펼칠 위험을 경계하고 그간의 정책 효과 확인을 위해서도 "어느 시점에선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 두기도 했다.
다음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한번 이어갈지, 빅스텝으로 한 단계 강도를 낮출지는 미지수다. 국제 유가 안정세, 강력한 고용지표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다.
의사록 공개 이후 연준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다음달 0.5%p 인상 가능성을 약 60%, 0.75%p 인상 확률을 약 40%로 봤다.
연준이 과도한 금리인상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냈음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큰 등락 없는 혼조세를 이어가던 암호화폐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18일 오전 8시 30분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2.33%), 이더리움(2.3%)을 비롯한 시장 전반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연준 금리인상 이슈 뿐 아니라 실질 물가와 연결될 수 있는 미국 소매유통 부문 기업의 실적 하락, 유럽 에너지 공급 문제, 영국 7월 물가상승률(10.1%), 중국 경제 둔화 등도 시장 불안 심리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