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이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 자사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에서 발표한 최신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SQL 쿼리에 자연어를 융합한 혁신적인 데이터 질의 방식이 공개됐다. 이른바 ‘AI 쿼리 엔진’으로 불리는 이 기능은 구글이 50년 전 처음 등장한 SQL의 오랜 약속을 현실로 끌어들이며, 데이터베이스와 생성 AI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포스트그레SQL(PostgreSQL)을 기반으로 한 구글의 강화형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알로이DB(AlloyDB)’에 새로운 AI 기능을 접목한 데 있다. 알로이DB는 지난해부터 벡터 임베딩과 ‘듀엣 AI’를 적용해 AI 기반 데이터 이전 기능을 도입한 바 있는데,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연어와 SQL 문법을 혼용하는 질의가 가능해졌다. 여기에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의미론 연산자와 전통적인 관계형 연산자를 함께 실행할 수 있는 구조가 적용됐다. 기존의 단순 자연어→SQL 번역 방식이 아니라, 자연어 자체를 쿼리 언어의 일부로 융합한 셈이다.
구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링 총괄 앤디 구트만스(Andi Gutmans)는 “우리는 SQL이 실제 영어처럼 작동하길 바랐던 과거의 약속을 이제 구현하고 있다”며, “정제된 SQL 구문과 유연한 자연어 표현을 결합함으로써 데이터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로이DB의 또 다른 변화는 ‘에이전트스페이스(Agentspace)’와의 통합이다. 이 플랫폼은 비전문가도 자연어를 통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나 개발자뿐 아니라 조직 내 모든 직원이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 대해 질문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보안성과 사용자 권한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점에서 기업 환경에 적합하다.
한편, 알로이DB의 벡터 검색 기능도 획기적으로 강화됐다. ‘스케일러블 최근접 이웃(ScaNN)’ 인덱스를 도입한 결과, 기존 PostgreSQL에서 사용하던 HNSW 방식보다 최대 10배 빠른 필터링 검색 속도를 달성했다. 실제로 구트만스는 “알로이DB의 벡터 검색 기능은 출시 이후 채택률이 7배 증가했고, 이는 곧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은 해당 기능을 통해 검색 정확도를 20% 개선함으로써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중요한 분야를 겨냥한 구글 빅테이블(Google Bigtable)의 업그레이드도 눈에 띈다. 새로운 ‘연속 소재화 뷰(materialized view)’ 기능은 클릭스트림처럼 초당 수백만 건을 처리해야 하는 실시간 분석 환경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자동 갱신되기 때문에 복잡한 파이프라인 구성이 필요 없으며 지연시간도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기능 개선을 넘어, 구글이 기업 환경 전반의 AI 도입 허들을 낮추겠다는 전략적 선언에 가깝다. 알로이DB의 AI 쿼리 엔진은 데이터 접근을 직관적으로 만들며, 고성능 벡터 검색과 실시간 처리 시스템은 실제 응용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보장한다. 또한 에이전트스페이스 연동을 통해 비개발자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면서, 조직 전반의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버리지 않고도 AI를 탑재한 데이터베이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구트만스 역시 “SQL은 죽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SQL’로 이를 되살려 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패러다임 전환이 아니라, AI 시대의 실질적 데이터 전략에 있어서 구글의 주도권을 재확인시켜주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