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엔지니어링 스타트업 리스케일(Rescale)이 최근 시리즈 D 투자에서 1억 1,500만 달러(약 1,656억 원)를 유치하며 기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제품 설계 및 테스트 과정을 최대 1,000배 빠르게 만드는 AI 기반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 제프 베이조스, 샘 알트만, 엔비디아(NVDA)까지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를 확인했다.
리스케일은 한층 높은 정밀도와 속도를 제공하는 AI 시뮬레이션 도구 'AI 피직스(AI Physics)'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이 수일간 소요되던 연산을, AI 모델을 활용해 단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용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50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리스케일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시장 200억 달러(약 28조 원), 제품 수명주기 관리(PDM) 데이터 관리 시장 300억 달러(약 43조 원)까지도 넘보며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산업, 자동차, 항공우주, 국방 분야를 포함해 전방위 분야 기업들이 리스케일을 선택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너럴 모터스(GM), 미국 국방부, 그리고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대표 고객이다. 현재 리스케일이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만 1,250개, 클라우드 인프라는 세계 500곳 이상에 걸쳐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운영 체제, 하드웨어 아키텍처 조합만 5,000만 가지를 넘는다는 점에서 ‘컴퓨트 추천 엔진’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리스케일의 창업자인 요리스 포르트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 개발 당시 경험했던 컴퓨팅 자원 부족이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당시 탄소섬유 기반의 복잡한 날개 구조 설계를 위해 수백만 개의 물리 연산을 수행해야 했지만, 당시 환경에선 일주일 단위로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계산 속도 향상이 아니라, 제품 개발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지능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리스케일 데이터(Rescale Data) 기능은 설계와 테스트 전 과정을 디지털 스레드로 연결해, 이력 추적과 데이터 검증까지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접근 방식은 자율주행, 항공, 생명공학처럼 데이터가 명시적이고 정량적인 산업에 특히 유용하다.
이미 업계 선도 투자자들이 리스케일의 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Y 콤비네이터의 공동 창립자인 폴 그레이엄은 초기 투자자였으며, 오픈AI의 샘 알트만은 AI 인프라 전략 전반에 걸쳐 자문을 제공 중이다.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항공을 일군 베이조스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항공 산업 혁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장기 기술 로드맵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포르트 CEO는 향후 AI 피직스를 활용한 물리 기반 시스템 최적화가 미래 공학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그는 "충분한 컴퓨팅 자원이 존재하기만 하면, 설계 품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며, "AI가 실제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기술을 개발해 왔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정학적 갈등으로 클라우드 데이터 주권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리스케일은 일본, 유럽 국가 등과 협업해 ‘소버린 클라우드’ 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도 확보했다.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데이터를 연산/보관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규제 준수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HPC의 20% 미만만이 클라우드로 이전된 상태지만, 리스케일은 이 격차가 AI와 함께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억 1,500만 달러 유치와 총 2억 6,000만 달러(약 3,744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금은 이러한 시장 잠재력에 대한 신뢰를 수치로 입증한다. 기존의 병목이던 엔지니어링 연산이 AI와 클라우드를 만나 본질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리스케일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