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 시그널파이어(SignalFire)가 인공지능(AI) 분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시그널파이어의 운용 자산은 총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에 이르게 됐다.
2013년 크리스 파머와 일리야 키르노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시그널파이어는 투자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독자적인 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이들은 ‘비콘 AI(Beacon AI)’라는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6억 5,000만 명 이상의 인물 데이터와 8,000만 개 이상의 기업 정보를 분석해 유망 인재를 발굴하고 시장 흐름을 예측하며, 포트폴리오 기업의 채용과 제품 개발까지 지원한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시드(Seed), 초기 단계(Early), 익스큐티브 인 레지던스(Executive-in-Residence), 오퍼튜니티(Opportunities) 펀드 등 네 개 펀드에 나눠 투자될 예정이다. 시그널파이어는 특히 창업 초기 단계인 프리시드(Pre-seed)에서 시리즈B까지의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는 글로벌 AI 문서 교정툴 그램말리(Grammarly),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연결하는 그로우 테라피(Grow Therapy), 물류 최적화를 꾀하는 플록 프레이트(Flock Freight), 그리고 회계 자동화 플랫폼 스탬플리(Stampli) 등이 있다. 이 중 그램말리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AI 기반 문장 보정 도구로, 문법, 철자 교정은 물론 문체와 어조 분석까지 제공하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공동 창업자인 파머와 키르노스는 블로그를 통해 “2013년 창업 당시 벤처 투자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개념에 회의적 시선이 많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을 믿고 AI 기술의 조기 도입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AI를 벤처캐피탈에 적용하는 부분에서 업계를 12년 앞서 나가게 됐다”고 자평했다.
시그널파이어의 대규모 자금 유치는 벤처캐피털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피치북(PitchBook)과 전미벤처캐피탈협회(NVC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VC 펀드 조성 규모는 100억 달러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줄어들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신규 출자에 제동이 걸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널파이어는 AI에 기반한 선제적 투자 전략과 기술 결합형 VC 모델을 내세워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벤처 생태계에서 AI 스타트업 투자가 여전히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시그널파이어의 행보는 향후 업계 전반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