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보복관세 조치가 영국 중소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납품 단가가 얇은 이들 업체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노샘프턴에 본사를 둔 선물판매업체 ‘북이쉬리(Bookishly)’의 창업자 루이즈 베러티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는데, 이번 조치로 정말 잠도 못 자고 뉴스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확인 중”이라며 “10%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전가할 여력도 없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보복관세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영국에 대한 관세는 10%로 정해졌지만, 중국은 34%, 유럽연합은 20%, 일본은 24%가 각각 부과됐고, 베트남과 레소토에는 각각 46%와 50%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며 전 세계적인 충격을 안겼다.
영국 중소기업연합(FSB) 정책위원 티나 맥켄지는 “미국은 영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 중 하나이기에 관세 조치는 중소기업 성장에 큰 타격”이라며 “현재 수출 기업의 59%가 미국과 거래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가 이들의 수익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 여파는 금융시장을 비롯한 실물 경제 전반에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성장 기대치 하락을 반영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베트남 공장에 의존하는 나이키 주가는 공표 당일 하루 만에 14% 하락했다.
영국이 EU보다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정치적 해석도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이를 양국 간 우호 관계의 신호로 해석했지만, 런던 증권사 팬뮤어 리버럼의 사이먼 프렌치는 “단순한 산술 적용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특별 대우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모닝스타 수석 주식전략가 마이클 필드는 “유럽산 제품에 20%의 관세가 지속된다면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다행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파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단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스위스쿼트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 이펙 외즈카르데스카야도 “관세 포괄률은 모두 10%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요 교역 상대국에 훨씬 높은 비율이 적용됐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협의 절차나 사전 공표 없이 단행한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스티븐 헤일 교수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찾아봤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없었다”며 “이번 조치는 아무런 전략적 맥락도 없이 추진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실질적인 외교적 대응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만 개의 중소기업이 이번 관세 조치에 따른 가격 인상과 고객 이탈에 직면하게 된 가운데, 정부의 긴급 지원 패키지나 업계 차원의 대응 방안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파장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지역 중에는 남극의 허드섬 및 맥도널드 제도가 포함돼 있어 논란거리도 생겼다. 실제로 이 지역은 펭귄만 거주하는 무인도에 가까운 장소로, ‘세율의 실효성’ 문제를 두고 비판 여론이 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여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정책이 세계 경제구조에 중대한 충격파를 던졌다는 점만은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