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증시를 흔들며 벤처 생태계에도 뚜렷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장중 무려 4.8% 급락했고, 아마존, 애플, 나이키, 웨이페어 등 대형 기술·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도 7~25% 폭락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상장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시장 전반에 드리우고 있는 불안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감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수입 제품 전반에 기본 10%의 관세를 매기고,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훨씬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소비 위축과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이를 빠르게 반영해 기술과 소비주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대됐다.
현재 스타트업 업계는 상대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밸류 기업이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해 몇 개월 또는 몇 년 주기로 밸류에이션을 갱신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3,000억 달러(약 432조 원)로 가치가 매겨진 오픈AI, 그리고 트위터와 xAI 합병으로 1,130억 달러(약 162조 원) 밸류를 인정받은 일론 머스크의 AI 프로젝트도, 엔비디아와 같은 상장 기업처럼 즉각적으로 가격 조정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조정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 두어 해 전의 스타트업 밸류 급락기가 기억에서 가시지 않았다. 2021년 정점을 찍었던 유니콘들 중 다수는 다운라운드로 전환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고, 일부는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2023~2024년 동안 부진했던 기술 IPO 시장은 2025년 들어 코어위브가 240억 달러(약 34조 5,600억 원) 규모 대형 상장을 단행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번 관세 쇼크가 새 출구를 틀어막을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역시 부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구글(GOOGL)의 사이버보안 유니콘 위즈(Wiz) 인수 추진 사례나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딜이 늘어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클라르나와 서클 등의 IPO 전망도 줄지어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위축이 이어진다면 이들 대형 거래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비관론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갖는 시각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정책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리석고도 인기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중성과 경제 합리성이 모두 떨어지는 정책은 자정 작용에 의해 철회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대치는 낮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결국 관세에 따른 시장 충격은 단순한 주가 하락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기술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IPO 및 M&A 경로의 안정성, 벤처 자금 유입 흐름 등 다양한 경로로 그 여진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의 파도가 일단 시작된 만큼, 벤처 시장 역시 그 진폭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