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핵심 심리적 지지선인 1,500달러(약 219만 원)를 하회하면서 기술적 약세 신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리움 가격은 현재 ‘실현 가격(realized price)’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과거 급락 직전 나타났던 전형적인 신호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기고자 크립톨릭(theKriptolik)은 “실현 가격 하회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로, 매도 압력이 가중되는 투항 국면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2년 6월 테라·루나 폭락과 11월 FTX 파산 당시에도 이더리움은 실현 가격 밑으로 하락한 후 각각 51%, 35% 급락한 바 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은 스팟 ETF 투자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4월 8일 기준, 스팟 이더리움 ETF는 330만 달러(약 48억 원)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최근 2주간 누적 유출은 총 9,410만 달러(약 1,374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ETF 승인 기대감에 기반해 형성된 기관 수요가 실제 시장에서는 제한적이었음을 나타낸다.
코인셰어스(CoinShares)에 따르면, 지난 4월 첫째 주 암호화폐 투자 상품 중 이더리움 관련 펀드에서는 3,740만 달러(약 546억 원) 유출이 발생해 시장 전반의 약세 심리를 반영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이더리움의 투자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전체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167억 달러(약 2조 4,400억 원) 수준으로 지난 1월 고점 대비 48% 감소했다. 더불어 영구 선물 시장에서 펀딩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공매도 세력의 수요가 우세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제도권 투자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네트워크 자체의 사용자 활동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디앱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이더리움의 일일 활성 지갑 수는 33% 넘게 줄어들었으며, 전체 거래 건수도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트론(TRX), 솔라나(SOL) 등 경쟁 레이어1 블록체인은 상대적으로 활동 감소폭이 작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높은 가스비와 느린 확장성 이슈로 인해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솔라나, 아발란체, 트론 등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더리움의 시장 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요인은 뚜렷한 반등 촉매가 없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술적으로도 이더리움 가격이 1,000달러(약 146만 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이 이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할지 여부는 향후 시장 수급과 심리 회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