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ereum)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가 4월 9일 미 연방 교정국(BOP)의 확인에 따라 교도소에서 공식 석방됐다. 그리피스는 현재 가석방 절차의 일환으로 몇 주간 중간 보호시설(halfway house)에 머물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9년 북한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관련 강연으로 기소된 이후 수년 간 이어진 법적 공방의 끝자락이다.
버질 그리피스는 2019년, 미국의 경제 제재망을 우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북한 청중에게 강의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정부는 당시 그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했다며 고소했으며, 그리피스가 전달한 기술 정보는 인터넷에 공개된 일반적 지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에 위해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적 정보’로 간주했다.
이번 사건은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기술혁신과 국가 규제 간의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탈중앙화 기술이 금융 통제, 검열, 감시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개발자 개인이 외교적 긴장의 한가운데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리피스는 2020년 1월 미 대배심에 의해 IEEPA 위반 혐의로 정식 기소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공공 정보만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기소 기각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2021년 9월 미국 정부와의 협상 끝에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그는 징역 63개월과 벌금 10만 달러(약 1억 4,600만 원)의 선고를 받았다.
이후 2024년 4월, 그리피스 측 변호인은 형량 감경을 요구하는 재심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미 검찰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 행위라며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연방 판사 케빈 캐스텔은 2024년 7월 그의 형량을 56개월로 감형했다. 이번 조치로 그는 2024년 4월로 예정된 출소 시점을 맞춰 보호시설로 이동하게 된 셈이다.
그리피스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의 정치적 함의와 미국의 제재 정책, 그리고 기술 정보 제공의 경계를 둘러싼 법적 해석의 쟁점을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