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암호화폐 집행팀 전격 해체… 트럼프식 규제 완화 본격화

미국 법무부(DOJ)가 암호화폐 범죄를 담당하던 전담 부서를 공식적으로 해체하고, 향후 디지털 자산 관련 기소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문한 규제 완화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암호화폐 업계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8일,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부 부장관은 내부 공문을 통해 ‘국가 암호화폐 집행팀(NCET)’을 즉시 해체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이번 발표로 법무부는 기존의 형사 기소 중심 접근, 즉 ‘기소를 통한 규제’ 전략을 종료하고, 디지털 자산 업계를 규제 기관이 아닌 범죄 수사 대상으로만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랜치 부장관은 “법무부는 디지털 자산 규제기관이 아니다”라며 “과거 행정부의 무모했던 기소 중심 전략은 부적절했고, 잘못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비밀법(BSA) 위반, 무허가 송금서비스 운영, 증권·상품법 위반 등 단순 규정 위반으로 인한 형사 기소를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 믹싱 서비스, 오프라인 월렛 등이 사용자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집행을 중단하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가운데 새로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사건은 즉각 종결하기로 했다.

이번 변화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 시장에 명확한 규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파이 교육 펀드(DeFi Education Fund)의 아만다 투미넬리(Amanda Tuminelli) 전무이사도 이번 지침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업계의 이익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폐지된 NCET는 이더리움 기반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사건을 포함해 다수의 중대한 사건을 담당해왔다. 특히 2023년에는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로만 스톰이 자금세탁 및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돼 논란을 빚었다. 그는 ‘서비스가 무허가·검열 저항적’이라는 특성상 의도적으로 범죄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사한 사례로는 비트코인 기반 프라이버시 월렛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이 있다. 이 역시 사용자 자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비수탁형 지갑임에도 불구하고 믹싱 기능이 자금세탁에 활용됐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반발도 컸다.

한편, 이번 NCET 해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어지는 연쇄적인 규제 완화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1월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암호화폐 전담 단속팀 규모를 축소했으며, 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연방 단속 부서는 단 2곳만 남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를 확고히 다지며, 미국 내 블록체인 기술 혁신과 기업 활동이 재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법무부와 CFTC의 공조를 통해 '실제 범죄 피해자 보호'와 '산업 자율성 존중'이라는 두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