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하원 의회가 대통령 후안 하비에르 밀레이가 연루된 리브라(LIBRA) 밈코인 사태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밀레이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브라 토큰을 홍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급물살을 탄 것이다.
9일(현지시간) 의회 표결에서 총 128명이 찬성, 93명이 반대했고 7명이 기권했다. 조사위원회는 공공기관에 대한 자료 요청과 주요 정부 고위관료 소환 권한을 가지며, 경제부 장관 루이스 카푸토, 법무장관 마리아노 쿠뇨 리바로나, 대통령 비서실장 기예르모 프랑코스 등이 증언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 본인과 그의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정치권 내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밀레이 대통령이 SNS 플랫폼 X를 통해 리브라 토큰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의 게시글 직후 해당 토큰은 급등세를 타며 토큰당 5달러(약 7,300원), 시가총액 40억 달러(약 5조 8,400억 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게시글이 삭제되자 가격은 94% 이상 폭락했고, 일각에서는 이를 ‘펌프 앤 덤프’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2월, 마르코스 셀라야 변호사, 클라우디오 로자노 경제학자 등은 밀레이 대통령이 사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발인들은 대통령이 보유한 380만 팔로워를 이용해 유권자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주장했으며, 프로젝트 자체도 ‘러그풀’ 사기로 알려졌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낸센(Nansen)은 전체 투자자 중 약 86%가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이 입은 손해는 총 2억 5,100만 달러(약 3,665억 원), 반면 극소수는 1억 8,000만 달러(약 2,628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버블맵스(Bubblemaps)도 조사에 참여하며 리브라 토큰의 개발자가 과거 다른 밈코인 프로젝트에서 유사한 수법을 반복했다는 정황과 이들이 얻은 이익을 여러 지갑으로 분산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일부 자금 흐름은 멜라니아(MELANIA) 토큰 관련 주체로 이어졌다는 점도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브라 창립자인 헤이든 데이비스는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공격이 "기회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의 질투"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밈코인 특유의 변동성과 시장성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며, 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위 결성은 밈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정치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그 여파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투명하고 신뢰 가능한 디지털 자산 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