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과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이 이번 주 초반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하루에만 3.3% 하락한 비트코인은 주말 사이 추가로 2.1% 떨어졌고, 1일(현지시간) 오전에도 하락 흐름이 이어져 현재 약 8만 2,200달러(약 120억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 로빈후드(HOOD), 마라홀딩스(MARA) 등의 암호화폐 종목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특히 로빈후드는 7% 가까이 떨어졌고, 마라홀딩스는 5%,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는 4% 이상 하락했다. 산업 전반이 약세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며 보수적 포지션으로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이 같은 약세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정책 집행에 들어갔지만 관세 부과와 같은 보호무역 조치는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최근 6주 중 5주 연속 하락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급등하며 1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약 1억 4,600만 원)를 돌파했고, 취임 당일에는 10만 9,000달러(약 1억 5,910만 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높은 가격대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 출회와 함께, 새로운 정부의 구체적인 암호화폐 정책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규제 완화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상승 동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기존에 제시됐던 '디지털 자산 비축 전략'이나 '국가 암호화폐 준비금 조성' 방안 역시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코인베이스의 전임 법률 고문 크리스 브리튼은 “지금은 정치적 슬로건보다 실질적인 정책과 규제 청사진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명확한 규제 방향성과 세금 이슈 해소 없이는 기관 투자자의 유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의 기대감을 빠르게 소진한 후, 현 상황에 맞는 현실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없다면 당분간 비트코인과 관련 주식들의 등락은 정치·경제적 뉴스에 따라 민감하게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