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원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이번 소비자심리 예비조사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은행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시점보다도 낮은 수치다.
특히 관세로 인해 향후 전반적인 생활비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둔화됐다.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은 향후 1년간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절반 이상은 향후 경기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수치 중 하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렉은 블로그 글에서 “현재 소비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돼 있으며, 이는 곧 소비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소비 지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 특성상, 소비 위축은 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정책이 무역의 균형을 되찾고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 물가 인상 압력과 구매력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소비자들의 불안은 아직 당장의 소비지출 데이터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추후 발표될 공식 데이터에서 소비 하락 조짐이 나타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금요일 발표될 4월 소비자심리지수 최종치는 이러한 우려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