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예술, 미술품 등 아트 시장이다. 높은 가치와 희소성이 보장된 예술·미술품은 NFT로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아트 시장의 고착화된 유통 구조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NFT와 아트는 만났고, 비상했다. 이것들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무엇인가 무섭게 성장하면 곧 따라오는 말은 ‘거품(버블)’이다. 아트 NFT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아트 NFT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암호화폐처럼’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의 시선으로 아트 NFT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을 것이다. 기술, 투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아트 NFT, 이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NFT를 발행한 작가(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봤다.
토큰포스트가 두 번째로 만나본 작가는 NFT 오픈 마켓인 오픈씨(OpenSea)를 통해 2개월 만에 1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한규훈 작가다. 한 작가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도로’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NFT를 판매하고 있었으며 ‘도로다로(Dorodaro)’라는 활동명으로 SNS 등에서 작품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에서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작가는 “NFT로 인해 취미로만 그리던 내 작품이 처음으로 판매될 수 있었으며, 이제는 전업 작가를 꿈꾸고 있다”라고 밝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NFT란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NFT는 새롭게 등장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술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저 역시 NFT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기 전에는 그림을 그려오기도 했고요. 작년까지 디지털 페인팅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들이 바로 판매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미술, 예술 시장이라는 것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을 그리는 많은 사람 중에는 본격적인 작가 데뷔를 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린 작품들을 단순히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상해 주길 바라며 그린 그림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예술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1년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만들면서 SNS에도 올리고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1년 정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1년 정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정한 수익도 없이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너무 막연하기도 하고요. 저는 1년이라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바로 NFT라고 생각해요, NFT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알리고 판매를 통한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NFT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처음 NFT 판매를 시작하게 됐나요?
“사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NFT에 대해서는 그냥 대체불가능한 토큰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자세한 것은 몰랐습니다. NFT를 통해 제 작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은 불과 몇 개월 안 됩니다. 여기저기서 NFT, NFT 하고 떠들어대니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것이죠. 제가 본격적으로 NFT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10월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왜 사는 거지?’ ‘누가 사는 거지?’ 하면서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상이었어요. ‘왜?’라고 고민하는 중에도 수없이 많은 NFT가 거래되고 있었거든요. 저 역시 제 작품을 NFT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픈씨를 통해 제가 만든 디지털 아트 ‘도로’를 판매했고 많은 수집가들이 좋게 봐주었는지 NFT 판매를 시작한 이후 2개월 만에 18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NFT를 의심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NFT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NFT는 인보이스(invoice)의 성격이 명확하기 때문에 예술 시장에서 절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NFT를 통해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거래 내역 등을 기록할 수 있으니 보다 투명한 예술 시장을 만들 수 있겠죠.
이러한 인보이스의 성격은 이른바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Ctrl+c, Ctrl+v)라는 이름으로 평가절하 되는 디지털 아트에 복사 불가능한 유일한 작품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줍니다. 실물이 있는 피지컬 아트나 명품 브랜드 역시 NFT를 통해 진품이나 정품을 인증해 줄 수 있을 것이고요. NFT는 진품과 가품을 분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NFT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다소 부족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NFT를 새로운 암호화폐쯤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죠. 미술품이나 예술품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려는 목적보다는 일단 사서 단기간에 차익을 내기 위해 구매하는 ‘페이퍼핸즈’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디지털 아트 NFT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고 있는 것 역시 단기간에 차익을 내기 위한 건가요?
“모든 디지털 아트 NFT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비플(Beeple)의 ‘에브리데이즈 : 첫 5000일’은 대표적인 디지털 아트 NFT인데요. 수백억 원에 판매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아트가 어떻게 수백억 원에 판매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경우 작품의 예술성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000일 동안 매일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기도 하니까요. 시간으로만 계산해도 14년 동안의 활동을 하나의 작품으로 담은 것인데,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아트라고 하더라도 작품성이 존재한다거나 작가의 인지도, 작품의 히스토리 등이 담겨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고, 이런 가치를 NFT를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고 있는 AI가 만든 NFT나 코드를 돌려 만든 NFT 등이 수 억, 수십억 원에 판매되는 것은 저도 사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창작성과 인지도입니다. 저 역시 스스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구매해 준 수집가들에게 최대한 보답하는 일은 제가 더욱 인지도를 쌓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단순히 NFT라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작품의 가치가 상승해 제 작품을 구매해 준 수집가들에게 더욱 큰 만족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아트 NFT는 뭔가요?
“최근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NFT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창작성이나 작가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NFT 시장에서는 크립토펑크나 크립토키티와 같은 NFT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에 활용 가능한 형태의 NFT이죠. 이런 NFT가 인기를 끌었던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이유 중에는 자신의 NFT 소비를 과시하고 싶은 수집가들이 SNS 등에서 직접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 용이하단 것이 주요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모션그래픽이나 3D 애니메이션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기존의 아트 시장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작품들인데요. 이런 작품들이 디지털 세상에서의 무단복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수집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저 역시 최근에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된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추후 아트 NFT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NFT 자체로 작품의 인보이스가 될 수 있으니 보다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기존 미술, 예술 시장의 유통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높은 가능성이 있어요. 갤러리 등을 거치지 않고 작가와 수집가가 바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한 작가들이 성장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장르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중요합니다. 캔버스나 도화지 등이 없어도 된다는 것 역시 중요하고요. 제가 아는 작가님 중에는 ‘샌드아트’를 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이분이 시현한 샌드아트를 영상으로 촬영해 NFT로 판매했는데, 이 역시 팔렸거든요. 보다 다양한 장르의 아트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욱 NFT가 일반화된다면 NFT 작가라는 말도 사라지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