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예술, 미술품 등 아트 시장이다. 높은 가치와 희소성이 보장된 예술·미술품은 NFT로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아트 시장의 고착화된 유통 구조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NFT와 아트는 만났고, 비상했다. 이것들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무엇인가 무섭게 성장하면 곧 따라오는 말은 ‘거품(버블)’이다. 아트 NFT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아트 NFT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암호화폐처럼’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의 시선으로 아트 NFT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을 것이다. 기술, 투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아트 NFT, 이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NFT를 발행한 작가(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봤다.
토큰포스트는 NFT와 아트, 그리고 아트 NFT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히기 위해 NFT 작가들의 견해를 듣는 인터뷰 연재를 진행한다. 첫 번째로 만나볼 작가는 사진가이자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오승환 작가이다. 오 작가는 25년간 대학교수로 학생들에게 사진 교육을 진행해 왔으며, 수차례에 걸친 개인전을 펼쳐왔다. 특히 블록체인을 비롯해 NFT에 대해서도 넓은 식견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오 작가를 통해 아트 NFT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아트 NFT란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증된 레플리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록체인을 활용해 암호화된 데이터를 넣은 레플리카죠. 보통 아트 시장에서 레플리카라고 하면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동일한 재료, 방법, 기술을 이용해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특정 작품을 따라 하는 모사나 인쇄를 통한 복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트 NFT 역시 중요한 것은 원본이에요. 제가 아트 NFT를 인증된 레플리카라고 설명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레플리카는 원본이 있어야 합니다. 재현된 레플리카에 대한 소유욕을 자극하기 위해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원본이 필요하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모나리자가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모나리자라는 작품을 사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원본은 박물관에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이 됐죠. 그래서 우리는 레플리카를 소비합니다. 물론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모나리자가 완벽한 의미의 레플리카는 아니지만 우리는 모나리자 레플리카를 소유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 레플리카를 소유함으로써 모나리자 원본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되죠.
아트 NFT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원 작품에 대한 소유욕을 충족시켜 주는 하나의 레플리카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무단 복제 등 모조품이라는 우려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증된’ 레플리카라고 설명한 것이고요.”
원본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최근 NFT의 성장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개념인 ‘디지털 원본’도 원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디지털 원본과 관련해서는 개념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요. 아직 혼재된 개념도 많고요. 아트 NFT 분야에서도 이런 개념 정의가 필요합니다. 아트 NFT의 활황을 이끌었다고 하는 ‘크립토펑크’와 같은 디지털 아트를 무엇으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NFT는 사실 아트라기보다 컬렉터블(수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예술적인 가치보다는 NFT가 갖는 대체불가능하다는 특징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념비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죠. 유명 연예인이 직접 사인한 물건이 있다면, 이것은 가치가 높고,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를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가치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등장하는 디지털 아트 NFT의 디지털 원본을 원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아트 NFT에 대한 원본이기보다 컬렉터블의 원본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아트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라고 봅니다. 아트로서의 가치는 작가가 누구인가, 작품에는 어떤 히스토리가 있나, 누가 소장하고 있는가 등 아트 시장의 평가 방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컬렉터블과 작품들을 모두 아트 NFT로 표현하고 있으니 혼돈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트 NFT와 컬렉터블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트 NFT라는 것이 실물 작품이 원본으로 존재하면서 NFT를 발행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작품이라는 게 사실 실물에서 오는 아우라라는 것이 있거든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동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아트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이를 출력해서 감상할 경우 실물 작품을 보는 것에서 느끼는 감동을 느끼기는 힘들어요. 실물 작품의 경우 페이퍼를 어떤 것을 쓰느냐, 물감을 어떤 것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감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질감 역시 작품을 감상하는데 중요한 요소거든요, 디지털 아트에서는 이런 감동과 아우라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아트 NFT’ 라면 당연히 실물이 존재해야 할 것이고, 실물이 없는 것들은 컬렉터블로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NFT 시장에서 수억, 수십억 원에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아트 NFT’ 들이 있는데요.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아트 NFT들을 살펴보면 그 작품의 예술성 때문에 그만한 가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실물 작품이 없는 NFT를 수십, 수백억 원에 구매하는 경우, 암호화폐 투자 등으로 큰돈을 벌었던 사람들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사람들은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돈은 모이는 곳에 모인다’라는 것을 학습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지불한 엄청난 비용은 새롭게 돈이 모이는 NFT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가격인 것이죠. 이와 동시에 NFT 시장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거품이라고 하면 그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NFT의 본질을 파악하면 결국 아트 시장은 NFT를 활용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아트 시장에서 NFT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사실 NFT로 인해 갤러리 중심의 아트 시장 유통구조가 완전히 사라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물 작품을 유통하는 갤러리에서 주도적으로 NFT 시장에 뛰어드는 등 기존의 방식에 NFT 유통이 가미된 형태로 발전하겠죠. 이를 통해 아트 시장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실물 작품이 원본으로 존재하면서 NFT를 발행해 판매하는 ‘페어링’ 형태의 아트 NFT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NFT 발행 수만큼 실물로 존재하는 레플리카를 함께 제작해 구매자가 보유할 수 있어야 하죠.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NFT는 아트라고 지칭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NFT는 해당 작품이 작가가 인증한 작품이라는 ‘인증서’ 혹은 ‘영수증’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복제와 수정이 불가능하니 아트 시장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겠죠. 이를 통해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위작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사실 기존 아트 시장에서는 감정과 관련해 위작 논란이 종종 발생했었거든요. 거래내역이 모두 기록되는 NFT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금 세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NFT가 자금 세탁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누가 팔았고 누가 구매했는지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만 진행할 수 있다면 오히려 자금 세탁을 예방하는데 용이하죠. 이외에도 오픈된 NFT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결국 아트 시장에서 NFT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트 시장을 성장시켜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요. 다만 아직 NFT에 대한 규제나 관련 법규가 전무한 만큼 규제와 관련해서는 다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규제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산업을 죽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 인터뷰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1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