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업권법 제정이 가상자산 산업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형 토큰·탈중앙화금융(DeFi)·대체불가토큰(NFT)·메타버스 등 다양한 산업의 진흥을 위해 신중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21년 11월 11일 한국핀테크학회와 민형배·조명희 국회의원, 국회디지털경제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가상자산 업법 제정안과 과세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해당 포럼에서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는 ‘가상자산업권법, 서두를 필요 없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국회에 제출된 업권법, 소수 분야에 한정돼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21년 9월 24일까지 총 42개 기업의 사업자 신고가 수리됐다. 그러나 4개 거래소만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아 특혜 논란이 일었으며, 25개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지금까지도 코인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금법 신고로 가상자산사업이 제도권 안으로 진입한 것은 아주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장차 금융산업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는 규제로 작용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제출된 업권법에서 다뤄야 할 대상의 범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제출된 법안 대부분은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관리·중개·알선 등을 다루고 있다”며 “신고를 마친 업체도 매매, 거래, 관리 등 소수 분야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시장에서는 증권형 토큰, 디파이, NFT 등 새로운 영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법안에 이런 분야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업권법이 만들어지면 더 과도한 규제가 생겨 산업을 옥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이다.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는 분산자율조직(DAO)과 분산금융의 핵심이다. 그러나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른 계약이 법률적 효력이 있는지, 계약이 공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논의는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스마트 컨트랙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적 효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계약의 경우 설명의 의무를 다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가상자산금융상품의 내용을 담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고객에게 얼마나 공개해야 하는지도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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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업권법 제정, 산업 발전 싹 자를 수 있어
김 교수는 산업이 뿌리내리기도 전에 너무 일찍 법을 만들면 산업의 싹을 자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로 인해 투자자 보호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달성됐다”며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법안은 당장 시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안을 긴급히 통과시키기보다 가상자산산업의 발전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침 또한 업권법 제정에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FATF는 2021년 10월 28일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 위험기반접근법 지침서’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통제력이나 충분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때 ▲디파이 서비스로부터 이익을 얻는 당사자가 있는지 ▲스마트 컨트랙트의 매개변수를 설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주체가 있는지 등으로 가상자산사업자를 판단한다.
김 교수는 “국제적으로 규율 대상이 시시각각 달라지므로 한국이 선제적으로 법안을 제출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을 만들 때는 한국의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며 “가상자산금융법은 디지털 금융을 포괄하게 함으로써 한국이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