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을 앞두고 진행된 무더기 상장 폐지가 암호화폐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2021년 6월 18일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된 피카(PICA) 프로젝트는 거래소에서 상장 전 거래지원 대가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업비트는 이를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하면서 피카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피카 "상장피 받은 업비트, 일방적 결정 부당"
피카프로젝트는 6월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업비트가 2021년 초 '피카아트머니 토큰'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상장 대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1월 18일 상장을 며칠 앞두고 업비트가 토큰 500만 개를 거래소 개인 지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시 시세로 하면 약 2억 5000만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피카 측은 "업비트가 상장 기념 에어드롭 이벤트 물량으로 전송을 요구한 피카 500만 개는 사실상의 상장피"라면서 "상장피라고 하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마케팅이란 명목으로 토큰을 받은 것"이라고 고발했다.
이어 "실제로 이벤트에 사용된 물량은 전체 물량의 3%에 지나지 않는다"며 "나머지 97%는 고가에 매도해 수수료 외 별도 수입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젝트 측은 이벤트 물량과 관련해 계약서나 별도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피카 측은 "코인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지, 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지, 마케팅 물량으로 사용되는 것이 맞는지 묻기 어려운 수직적 관계에서 상장이 진행된다"면서 "상장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하는 재단 입장에서는 거래소에서 요청하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업비트의 거래 종료 결정으로 700원(35억 원 가량)까지 갔던 코인의 가치가 10원(5000만 원) 가량으로 조정됐다"고도 주장했다.
피카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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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상장비는 '사실 무근'…허위 사실 책임 물을 것
업비트는 공지를 통해 "피카 프로젝트 측 주장에는 명백한 억측과 악의적인 허위사실이 있다"면서 "거래소는 어떤 명목으로도 거래지원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거래소는 피카에서 받은 토큰은 '이벤트 물량'이며 프로젝트와의 협의를 통해 계약서 작성 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카 재단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계약서는 '상장 계약서'이며 이벤트 물량에 대한 계약서는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업비트는 "해당 계약서에는 마케팅 대행을 목적으로 프로젝트 팀이 업비트에 디지털 자산을 맡긴다는 점, 마케팅 활동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자산의 수량, 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팀에 반환한다는 점 등이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벤트에 사용하고 남은 잔여 디지털 자산을 일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매매한 사실이 없다"면서 "피카 프로젝트 팀의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비트는 6월 18일 피카 코인을 상장 폐지를 결정한 직후 남은 마케팅 코인을 반환하겠다며 재단에게 지갑 주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비트 상장 폐지는 "부정 유통 때문"…피카 "유통량 공시"
업비트는 6월 18일 오후 6시 26분 홈페이지를 통해 24종 가상화폐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지했고 대상 코인에 피카가 포함됐다. 해당 코인들은 6월 28일 12시에 최종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업비트는 피카의 경우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대해 소명 과정을 진행했으나 업비트의 강화한 판단 기준에 따라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했다"고 상장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카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은율은 "구체적인 유통량을 대외적으로 모두 공지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2021년 4월 업비트의 공시제도가 없어진 상황에서 프로젝트 공식 커뮤니티와 쟁글 같은 타 공시 플랫폼을 통해 유통량 변동 사항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소명 자료를 철저히 제출하고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일방적으로 거래지원 종료를 통보받았다"면서 "업비트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조치로 오히려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기에 업비트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금법에 무더기 상장 폐지…"대책 없음"
특금법의 거래소 신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거래소들은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업비트는 6월 11일에도 5종의 코인에 대해 원화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당시에는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이라는 사유만 제시해 투자자 의혹을 더욱 가중시켰다. 관련 업체들도 거래소 질의에 성실히 회신했음에도 합당한 사유 없이 조치가 이뤄져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토큰 프로젝트와 이용자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 유예 기간까지 거래소의 상장 폐지 조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해 거래지원 개시 및 유지를 위한 내부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며 "투자자를 해할 위험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