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원하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디엠(Diem, 전 리브라)이 스위스 사업 계획을 접고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긴다. 스위스의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디엠은 미국 규제에 맞게 사업을 꾸려가게 된다.
2021년 5월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디엠 개발을 총괄하는 디엠 협회는 스위스 금융 당국 FINMA의 결제 라이선스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엠의 미국 자회사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실버게이트(Silvergate) 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주 인가 은행인 실버게이트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꺼리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성장했다.
실버게이트는 디엠 USD의 독점 발행업체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따른 준비금을 관리하게 된다.
디엠은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자회사가 있는 워싱턴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y) 디엠 CEO는 "미국 규제 영역 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스위스에서의 집중적인 라이선스 프로세스는 프로젝트에 큰 유익이 됐다. FINMA와 프로젝트 검토를 위해 FINMA가 소집한 전 세계 20여 개 규제기관으로부터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리브라 공개 후 2년
디엠(전 리브라)은 2019년 6월 처음 공개됐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글로벌 화폐 개발 움직임은 각국 정부 및 규제기관을 긴장시켰다.
금융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당국은 통화정책 위협, 프라이버시 침해 등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견제와 강도 높은 질타에 디엠협회는 규제 반발에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핵심 지원기업을 잃고 경영진 이탈도 겪었다.
협회는 당초 미국 달러, 유로화, 엔화 등을 포괄하는 다중 통화 바스킷 기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구상했지만 규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단일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출시 방향을 틀기도 했다. 또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리브라라는 명칭을 디엠으로 변경했다.
주요국 규제 당국과의 적극적인 규제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출시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디엠은 미국 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원으로 사업 폭을 좁혔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디엠 공동 기획자는 4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말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파일럿을 준비하고 있다. 테스트는 개인 간의 거래 처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작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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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 CBDC의 적자(適者)될까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 개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표방하던 디엠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좁았졌다. 중국은 이미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시범 활용에 들어갔고 미국도 디지털 화폐 발행 압박을 받고 있다.
민간 업계가 디지털 화폐 혁신을 맡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중앙은행의 CBDC에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시티은행은 2021년 4월 발간한 ‘돈의 미래(Future of Money)’ 보고서에서 디엠이 CBDC를 위한 인프라 레이어를 지원하는 화이트라벨 제공업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엠은 CBDC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논의할 의향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BDC의 결제 기능, 특성 개발을 촉진하고 개인·기업의 CBDC 활용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페이스북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디엠 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티안 카탈리니(Christian Catalini)도 2021년 5월 초 한 컨퍼런스에서 "디엠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CBCD의 대역(stand-in)으로서 중앙은행이 자체 CBDC를 출시하면 단계적으로 중단되도록 설계됐다"고 발언했다.
카탈리니 수석은 "디엠의 첫 번째 백서는 너무 순진했다"면서 "디엠은 중앙은행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디엠은 단지 더 나은 준비고(reserve) 설계를 제공할 뿐이다. 사용자가 CBDC를 제공받기까지 더 빠른 디지털 지불수단을 제공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디지털 경제 전환은 디지털 화폐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프라이버시,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페이팔, 마스터카드, 비자 등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결제 대기업들도 CBDC와의 협력 기회를 노리고 있다.
페이팔은 자사 월렛이 CBDC 유통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CBDC 관련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CBDC 발행 시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 관련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에도 투자 중이다.
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법정화폐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CBDC 정책 작업에 중앙은행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 특허도 출원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대형 네트워크, 대규모 이용자 기반, 막강한 기술려과 서비스 경험을 가진 대기업들이 CBCD 기술 협력에 경쟁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원하는 디엠이 CBDC의 적자(適者)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