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마스터카드, 비자 등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결제 대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새로운 사업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카드 기업인 비자(VISA)는 2020년 4분기에 이어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암호화폐를 핵심 신사업 전략으로 집중 조명했다.
2021년 4월 27일(이하 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알 켈리(Al Kelly) 비자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융 포괄성 등 결제 부문의 새로운 흐름과 기회를 잡기 위해 다각적인 암호화폐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알 켈리 CEO는 "비자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확인된 다섯 가지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결제 △암호화폐 거래 △금융기관을 위한 암호화폐 API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정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언급했다.
알 켈리 CEO는 "비자는 이같은 암호화폐 사업 전략을 펼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면서 "암호화폐 서비스에 대대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투자 자산인 '디지털 금'과 지불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 구분해 볼 수 있다"면서 "비자는 투자 자산을 자사 8000만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폐로 신속하게 전환시킬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 결제를 돕는 것이 비자의 핵심 업무"라고 설명했다.
비자는 암호화폐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도 암호화폐 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비트판다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업그레이도 진행 중이다. 2021년 3월에는 암호화폐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의 결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비자 "여러 중앙은행과 CBDC 정책 작업 협력"
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법정화폐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CBDC 정책 작업에 중앙은행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 특허도 출원하기도 했다.
비자는 "경기부양 자금 지급부터 CBDC까지 정부가 운영의 더 많은 부분을 디지털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대형 고객사가 될 것이다. 팬데믹 이전보다 관련 활동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인프라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이 제한적인 국가에서 CBDC의 가치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시장의 사용자 기반은 17억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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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분야 디지털 전환은 '영구적'
2021년 1분기 비자는 순수익 30억, 매출 57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높은 성적을 냈다. 전체 결제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116% 높은 수준으로 결제 시장이 팬데믹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켈리 CEO는 "백신 보급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형태를 띄겠지만 팬데믹 종식 및 회복의 시작은 많은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자는 백신 접종 확산을 통한 여행 재개로 결제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2021년 3월 "암호화폐가 5년 안에 완전한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면서 "비자가 암호화폐를 통한 번영의 한 가운데 있기 원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비자가 암호화폐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팬데믹이 촉발한 디지털 결제 흐름이 팬데믹을 벗어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비자 직불카드를 통한 현금 인출은 1분기에 7% 감소한 반면 전체 직불카드 사용액은 16%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변화는 현금 사용의 전반적인 감소를 보여준다.
여행 부문을 제외하고 2021년 1분기 온라인·통신을 통한 카드 결제량은 20% 증가했다. 비자는 팬데믹 상황을 벗어나 매장 카드 결제량이 회복되더라도 온라인·통신 카드 결제량의 증가률을 둔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팬데믹으로 생긴 디지털 결제 습관이 영구적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자 뿐 아니라 페이팔, 스퀘어, 마스터카드, 머니그램 등 다수의 결제 대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서비스에 접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는 결제 대기업의 암호화폐 사업 추진이 금융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기업에 추가적인 수익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