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는 '디지털 공화국, 에스토니아'에 대해 분석한 글로벌 경제전문지 이코노타임즈(Econotimes)의 기고 기사를 2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토큰포스트의 자매지 이코노타임즈에 실린 기고 원문(Estonia is a 'digital republic' – what that means and why it may be everyone's future)은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전 세계가 미심쩍은 시선으로 3주가량 남은 미국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우편투표의 공정성에 관한 논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대규모 투표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우편투표 논란은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국민들에게 더욱 당황스러울 만한 소재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2005년부터 전 세계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왔다. 유권자는 디지털 신분증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한 후 사전 투표 기간 동안 여러 번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새로 투표할 때마다 이전 투표 기록은 삭제된다.
에스토니아는 이처럼 독특한 기술 솔루션을 통해 현재 많은 미국인들이 대선과 관련해 우려하는 부재자 투표 사기, 조작, 강제력 행사 등의 문제를 해소했다.
온라인 투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인 온라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소득이 없는 평균 납세자가 세금을 신고하는 데 약 8시간이 걸린다. 반면, 세금 신고의 95%를 온라인 상에서 처리하는 에스토니아에서는 약 5분이 소요된다.
영국은 정보기술(IT)에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보건당국(NHS)이 여러 시설에 보관된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도 많은 민간 의료 서비스 업체가 있지만, 환자 동의만 얻으면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든 의료 기록을 수집하고 조회할 수 있다. 이처럼 효율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은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에스토니아는 공공 서비스의 99%를 디지털화하면서 세계 최초의 '디지털 공화국'으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가 공공 부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스토니아는 유럽국가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신뢰 등급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국제연합(UN)이 발표한 UN 전자정부평가에서 에스토니아는 193개 회원국 중 전자정부발전지수 3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정책참여 활성화 수준을 평가하는 온라인참여지수에서는 한국, 미국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무려 1400년 이상의 근로시간을 단축했으며, 해마다 GDP의 2%를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공화국의 시작, 타이거 리프(Tiger Leap) 프로젝트
디지털 공화국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트업이었던 구글이 처음 도메인을 등록하고, 존 메이저 영국 전 수상이 첫 공식 웹사이트의 개설을 축하한 해다. 당시 전 세계 인구 1.7%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때부터 디지털 사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들이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나라,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정부, 분산되고 투명하며 효율적이고 공정한 정부를 꿈꿨다. 신생 구소련 국가인 에스토니아는 모든 공산주의 시대의 기술과 비효율적인 공공 서비스 구조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구성원 평균 연령 35세, 젊은 에스토니아 정부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서구 기술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인터넷을 통한 소통 방식을 구상하면서 인접국 핀란드가 제안한 아날로그 전화 교환국을 거절했다.
대신 에스토니아 정부는 1997년, 인터넷 네트워크와 컴퓨터 사용 능력 개발 및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 '타이거 리프(Tiger Leap)'에 착수했다.
프로젝트 첫해 에스토니아 학교 97%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었다. 2000년, 에스토니아는 인터넷 접근성을 기본인권으로 하는 법률을 전 세계 최초로 수립했다. 2001년에는 무료 와이파이 핫스팟을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는 거의 모든 거주 지역을 커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