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지속적인 저금리·저성장 상황 속에서 디지털 화폐가 은행 계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유엔 블록체인 전문가 마시모 부노모(Massimo Buonomo)는 디지털 화폐가 은행 계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마시모 부노모는 유엔 상임 핀테크 전문가를 지냈으며 현재 블록체인·암호화폐 부문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질서'에 관한 패널 토론에서 그는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독점해온 디지털 결제 분야에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선택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노모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디지털 화폐의 미래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영란은행 등 일부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투자자는 계좌에 자금을 보유할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된다.
부노모는 "금리는 은행 계좌가 가진 마지막 ‘킬러 앱’이었다"며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계좌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디지털 결제를 지원한다는 점이겠지만, 디지털 화폐의 등장으로 은행 계좌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노모는 지난 3월 법정화폐의 가능 대안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대부분 처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공 부문에서 사용하려면 규제 당국의 통제권도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부노모는 실제적인 대안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디지털달러재단이 제안한 대로 화폐를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하거나, 개인에게 직접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과 일반 대중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실현 가능한 모델이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자금을 전달하는 선진국의 사회 보장 시스템 모델을 차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