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 발표 후폭풍으로,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의 상장 계획이 줄줄이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최소 10%의 일괄 관세와 최대 50%의 상계 조치 도입 방침이 밝혀지자, 시장 불안이 증폭되며 뉴욕증시를 비롯한 증시 전반이 하루 새 급락했다. 이 여파로, 암호화폐 관련 유망 기업들도 IPO(기업공개) 시기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암호화폐 결제 업체 WSPN의 최고경영자(CEO) 겸 뉴욕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오스틴 캠벨은 “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에서 신규 상장은 불가능하다”며 “모든 기업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클라르나(Klarna)를 포함한 여러 테크 기업들이 최근 들어 연이어 IPO를 보류한 상황이다.
가장 주목받던 상장 기업 중 하나인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은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사전 절차인 S-1 양식을 제출했지만,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예측 시장 폴리마켓에 따르면, 서클이 올해 안에 상장할 확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클 경영진은 추후 거취를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초 발표한 관세 계획은 단기적인 보호주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 50%에 달하는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관세에 의존하지 않던 산업까지도 치명적인 가격 압박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캠벨은 “이번 정책은 지난 100년 중 가장 큰 경제적 실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매크로 리스크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상장 실패는 유동성 축소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중소 암호화폐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에도 연쇄적 타격이 예상된다. 자본집약적인 채굴 업종을 제외하면, 암호화폐 업계에서 IPO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대표적으로 코인베이스가 있지만, 이후 버블 붕괴와 규제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후속 사례가 뚜렷하지 않았다.
한편, 나스닥 종합지수는 트럼프 정책 발표 이후 다시 베어마켓에 진입했으며, Polymarket은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5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전통 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단순한 관세 이슈를 넘어,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화와 자본시장 접근성에도 오랜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