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둘러싼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디지털화폐 개발 작업을 확고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0년 금, 은 및 화폐 안보 업무에 관한 통신 회의'를 개최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회의는 지난해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고 올해 주요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위안화(DCEP) 개발이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로 논의됐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주요 분야의 개혁과 혁신에서 꾸준한 발전이 이루어졌다"며 "특히 법정 디지털화폐 연구 개발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회의는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실질적인 경제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현금 공급과 유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 경제 전환에 따른 현금 서비스 대응과 비즈니스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도 디지털위안화 개발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기존 통화 발행과 구권 회수 프로세스도 개선할 예정이다.
인민은행 고위 간부는 "법정화폐의 디지털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며 "당국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설계해 화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디지털화폐 연구에 가장 앞장선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위안화 연구를 시작해 현재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와 발행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위안화 관련 특허 5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금융의 디지털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경제활동의 확산으로 현금을 주고 받는 대신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의 비접촉식 온라인 결제가 권장·확대되고 있다.
기존 현금에 대한 처리 프로세스도 강화했다. 중국은 결제 과정에서 주고 받는 현금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 인출된 지폐는 소독하고 14일 이상 보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지폐를 파쇄하고 신권 공급을 확대했다.
앞서 리리후이(李礼辉) 전 중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디지털화폐 발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은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의 모바일 결제 시장이 이미 매우 성숙하기 때문에 일반 유통매장에서 디지털화폐가 쓰일지는 시장의 선택과 디지털화폐의 효율, 비용, 편의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CBDC 전쟁은 시작됐다…뒷짐지던 한국도 뛰어들어
지난해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가 일으킨 글로벌 화폐 경쟁은 중국 DCEP 개발에 이어 유럽, 미국,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추세인 스웨덴은 CBDC인 'e-크로나'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CBDC 테스트를 위해 공개 제안서를 발행하고 협력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CBDC 발행에 비교적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도 점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시중은행 지점이 폐쇄되고, ATM 사용이 제한되자 국민들에 디지털 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은 주요국과의 CBDC 경쟁에 뒤쳐질 것에 우려, 주요국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CBDC 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던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자 한국은행도 CBDC에 대한 움직임을 강화했다. 한국은행은 전담팀과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내년 말까지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검토하고 관련 법령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