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내년 말까지 추진한다.
6일 한국은행은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사전 검토하고,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CBDC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는 지난 2월 한은 금융결제국 안에 신설된 디지털화폐연구팀과 기술반을 중심으로 수행된다. 이밖에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과 태스크포스(TF)도 꾸려질 전망이다.
CBDC 시스템 구축은 △CBDC 설계 및 요건 정의, △구현기술 검토,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의 순서로 진행된다. CBDC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는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총 2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한은은 국내 지급결제 환경,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을 직접 운영할지 다른 곳에 위탁해 운영할지 등의 방식과 어떤 기능을 제공할지, 필수적 기술요건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해당 요건을 만족하는 구현 기술을 검토한다.
이후 한은은 CBDC 구축에 대한 업무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외부기관 컨설팅을 수행할 예정이다. 프로세스 분석과 컨설팅 수행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아울러 한은은 CBDC 도입이 예상되는 법적 이슈를 검토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줄곧 밝혀왔던 한국은행이 CBDC 테스트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CBDC 발행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른 시일 내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던 미국과 일본이 관련 연구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는 스웨덴과 프랑스가 CBDC 발행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CBDC인 'e-크로나' 발행 필요성과 가능성, 잠재적 영향을 검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개발과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달 CBDC를 테스트하기 위한 제안서를 발표하고 협력업체 모집에 나선 상태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현금 이용 감소도 한은의 CBDC 발행 검토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은은 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시중은행의 지점 폐쇄, ATM 사용 제한 등으로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비접촉 결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지급결제 분야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민간부문의 시장 확장성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의 CBDC 발행 필요성과는 별도로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