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포지션 헤징에 나서면서 지난 9일 비트코인 옵션 거래량이 신기록을 세웠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분석기업 스큐 마켓(Skew Markets) 자료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인 데리비트(Deribit), 레저엑스(LedgerX), 백트(Bakkt), 오케이엑스(OKEx),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옵션 거래량은 총 1억9800만 달러(23억6200만원)로, 지난달 11일 기록한 1억713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세계 최대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비트에서는 전체 거래량 86%에 해당하는 1억7000만 달러 상당의 옵션 상품이 처리됐다. CME도 210만 달러 상당의 옵션 거래를 진행했다. 반면에 백트는 지난달 27일을 마지막으로 옵션 거래가 없었다.
옵션 거래는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 기초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이다. 선물 거래보다 시장상황에 따라 더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리스크 헤징 또는 잠재적인 기회이익 창출 방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에마누엘 고 스큐 CEO는 "대규모 현물 움직임이 발생하면, 파생상품 거래가 증가한다"면서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에서 위험자산 대량 매각이 일어난 것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비트코인은 9000달러대에 거래되며 추가 상승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8일 비트코인은 9900달러에서 9000달러로 급락하더니, 9일에는 두 달 최저치인 7640달러로 떨어졌다. 급락 원인으로는 중국 최대 다단계 사기로 불리는 플러스토큰의 대규모 비트코인 현금화가 지목됐다.
올초부터 옵션 거래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데리비트의 경우, 최근 4주 동안 일평균 거래량이 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의 기록인 5천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결제약정도 증가했다. 스큐 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미결제약정은 지난 8일 7억9800만 달러에서 9일 8억41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올해 첫 6주 동안, 미결제약정은 2억5000만 달러에서 9억50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하며, 비트코인 시장에 기관 투자자 참여가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는 5월 예정인 비트코인 반감기, 코로나19 확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원유 갈등 심화 등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비트코인 옵션 거래량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