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민은행(PBoC) 등 정부기관에서의 업무 재개가 연기됐다"며 "DCEP(중국에서 CBDC를 부르는 명칭)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정책 입안자와 연구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DCEP 개발에 관여한 선전 소재 블록체인 기업 뱅크레저(BankLedger)의 대표는 "인민은행이 1분기 중에 중요한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도 "기한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아 발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소식통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술적 기반과 인력 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발행 계획은 로드맵에 따라 변동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오인 칭화 장삼각 연구원 블록체인 연구소 부소장도 "당국이 꽤 오랜 시간 DCEP 연구에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인민은행은 DCEP 발행을 위한 기술, 자원, 인력 등 기반을 이미 고루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프로젝트 진행이 다소 지연된 것은 맞지만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발행하는 DCEP는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으로,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 안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중국 다수 미디어에 따르면 DCEP는 선전과 쑤저우에서 우선 발행되며, 해당 프로젝트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중국 4대 은행(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3대 이동통신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가 참여한다.
지난해 11월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총재는 DCEP의 설계, 표준 제정, 내부 테스트가 마무리 됐다고 언급하면서 시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판이페이 부총재는 "DCEP는 이중 구조, M0 대체, 익명성 통제 등 기본 원칙을 고수한다는 전제 하에, 설계, 표준 제정, 기능 연구 및 개발, 테스트 등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음 단계로, 시범 사업 지역 검증, 환경 및 서비스 범위를 합리적으로 선택해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접촉식 전자결제가 확산되며 중국 DCEP의 발행과 사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 나오기도 했다.
리리후이(李礼辉) 전 중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디지털화폐 발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은 모바일 결제 시장이 이미 매우 성숙하기 때문에 일반 유통매장에서 디지털화폐가 쓰일지는 시장의 선택과 디지털화폐의 효율, 비용, 편의성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