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회의 플랫폼이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음성 전사 및 회의 기록을 지원하던 AI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온라인 회의가 단순한 협업 도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줌(Zoom)은 최근 AI 기능 강화를 통해 회의를 보다 생산적인 형태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시스코(CSCO) 역시 자사 회의 플랫폼에 AI 기반 기능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시스코는 지난해 말 Webex AI 에이전트를 발표하며 컨택 센터 자동화 분야에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AI 음성 전사 서비스로 잘 알려진 오터 AI(Otter AI)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AI 챗 어시스턴트 및 ‘미팅 GenAI’ 등 회의 전문 AI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터 AI는 대화 중 실시간으로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 AI가 단순한 ‘기록자’에서 벗어나 ‘참여자’로 거듭나도록 했다.
오터 AI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샘 리앙(Sam Liang)은 “우리의 AI 미팅 에이전트는 실시간으로 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직접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헤이 오터'라고 부르면 즉시 정보를 제공하거나 회의 요약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앙 CEO는 벤처비트와의 시연에서 AI가 회의 참석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후속 회의를 일정에 추가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터 AI는 나아가 독립적인 영업 개발 대표(SDR) AI 에이전트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AI 에이전트는 웹사이트 방문자를 맞이하고, 제품 데모를 진행하며, 후속 회의를 자동으로 예약하는 등 인간 영업 담당자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샘 리앙 CEO는 “모든 웹사이트 방문자를 일일이 응대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AI 기반 SDR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AI 기술 발전에는 네트워크 및 플랫폼 간의 상호 운용성이 필수적이다. 시스코의 엔터프라이즈 커넥티비티 및 협업 부문 수석 부사장 아누라그 딩그라(Anurag Dhingra)는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AI 어시스턴트는 특정 요청에 응답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며 "이 둘을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것이 향후 협업 도구의 발전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AI 도입은 기업 회의의 변화를 넘어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AI 시스템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기업 내부의 맥락을 이해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회의가 더 이상 ‘시간을 소모하는 공간’이 아닌, 업무 성과를 창출하는 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