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지 로드쇼(Village Roadshow)가 심각한 재정난 끝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영화 제작 및 금융 회사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전환과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와의 관계 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빌리지 로드쇼는 '매트릭스(Matrix)' 시리즈와 '조커(Joker)'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공동 제작하며 할리우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시장 환경 변화와 독립 제작 시도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회사를 압박했다. 또한 2021년 워너브라더스를 상대로 '매트릭스: 리저렉션(The Matrix: Resurrections)'의 동시 개봉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빌리지 로드쇼는 현재 보유한 현금이 14만 8000달러(약 2억 1600만 원)에 불과해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이후 99편의 장편영화와 233편의 TV 시리즈 개발을 추진했지만, 실제로 완성된 작품은 6편의 영화와 7편의 TV 프로그램뿐이었다. 총 4750만 달러(약 694억 원)가 투입됐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워너브라더스가 빌리지 로드쇼와의 공동 제작을 거부하면서 회사는 주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규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빌리지 로드쇼는 워너브라더스가 최소 15개 프로젝트에서 자사를 배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 빌리지 로드쇼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인수하려는 잠재적 입찰자들이 등장했다.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공동 제작사인 알콘 엔터테인먼트(Alcon Entertainment)와 콘텐츠 파트너스(Content Partners)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기존 파트너였던 워너브라더스 역시 입찰자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콘텐트 파트너스는 3억 6500만 달러(약 5323억 원)에 인수를 제안했으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빌리지 로드쇼는 파산 절차를 진행하면서 1300만 달러(약 189억 원)의 단기 운영 자금을 확보했지만, 기존 채무를 포함하는 차입 조항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작가 조합(WGA)에 140만 달러(약 20억 원)의 미지급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할리우드 내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는 스티브 모스코(Steve Mosko) 전 CEO가 이끌던 독립 제작 모델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새로운 매각 절차를 통해 회사를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