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연준이 CBDC 개발 혜택과 비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렌치 힐(French Hill, 공화당·아칸소) 의원과 빌 포스터(민주당·일리노이) 의원은 지난 9월 파월 의장에 보낸 서신에서 "다른 국가나 민간 기업에서 만든 암호화폐가 널리 확산되어 달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연준이 CBDC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19일자 서신을 통해 "다른 국가들이 CBDC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달러의 이점을 검토하고 있지만 CBDC 도입이 가져올 뚜렷한 실익을 확인하지 못했고 아직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파월 의장은 각국의 지급결제 인프라 여건에 따라 CBDC 발행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현금 이용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CBDC 발행에 따른 큰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반면, 미국의 현금 수요는 상당히 높아 비교적 효과가 적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제 시스템이 느리고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디지털 법정화폐로 소비자 편의를 더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제 대안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CBDC 발행에 앞서 '범용 CBDC를 법정 통화로 분류할 것인가', 'CBDC 이용자는 어떤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되는가'와 같이 법률, 통화 정책, 금융 안정성, 규제, 운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금과 달리, 연준이 CBDC 관련 모든 거래를 기록·유지하게 되면서 야기될 수 있는 프라이버시와 IT 보안 문제도 지적했다. 아울러 디지털 화폐에 이자가 발생하는지, 공급량을 제한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새로운 기술 도입과 함께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IBM과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는 CBDC 보고서를 통해 최초 CBDC 등장을 5년 내로 예상하면서, "G20 회원국 중앙은행이 아니라 경제 구조가 단순하고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결제 시스템의 탄력성 제고, 금융 포괄성 확대와 같은 특정 정책 목표를 위해 앞서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