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테크놀로지스(Beta Technologies)가 실리콘밸리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며 전기 항공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800명이 모인 가운데 회사의 첫 전기 항공기인 ‘알리아 CX300(Alia CX300)’의 시험 비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베타 테크놀로지스의 창립자이자 CEO인 카일 클락(Kyle Clark)이 직접 조종해 1시간 이상 하늘을 날았으며, 그는 이 순간을 “완벽히 조용한 전기 항공기에 앉아 7,000피트 상공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베타 테크놀로지스는 실리콘밸리를 떠나 클락의 고향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 아처 애비에이션(Archer Aviation)과 조비 애비에이션(Joby Aviation)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클락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VC) 자금 조달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성장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와 UPS, 미 공군 등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베타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와 일반형 전기 항공기(eCTOL) 두 가지 모델을 개발 중이다. 경쟁사들이 eVTOL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반면, 베타는 기존 공항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eCTOL 모델을 먼저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기 시장 진입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베타는 2025년 뉴질랜드항공(Air New Zealand)을 시작으로 첫 공식 상용 운항을 개시할 방침이다.
차별화된 전략 중 하나는 전기 항공기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다. 현재 22개 주 및 뉴질랜드에 46개의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연내 150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아처와 조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6,500억 원)의 투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클락은 “효율적인 비용 운용이 핵심”이라며 수익성을 강조했다.
베타 테크놀로지스는 최근 CX300을 이용해 뉴욕 내 4개 지역 공항을 연결하는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eVTOL 모델 ‘알리아 A250(Alia A250)’의 호버링 및 전환 비행 테스트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조비가 2023년 10월부터 파일럿 주행을 시작한 것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성과다.
클락은 전기 항공기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eVTOL 업체들이 여러 개의 개별 배터리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과 달리, 베타는 모든 배터리를 좌석 아래 하나의 모듈로 구성해 단일 버스 시스템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는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은 분산 방식이 아니라, 한곳에 모아둔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성장 로드맵에 대해 클락은 “우리는 실리콘밸리 스타일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투자자 자금을 연구개발이 아닌 생산 및 인프라 확대에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베타는 1억 7,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들여 자체 제조 시설을 설립했으며, 연간 최대 300대의 항공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베타 테크놀로지스가 실리콘밸리 방식과 차별화된 접근법을 통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