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디지털 주권 강화를 위해 오픈소스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 각국 언어를 포괄하는 ‘진정한’ 오픈소스 LLM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오픈유로LLM(OpenEuroLLM)’이라는 이름으로, 프라하 찰스대학교의 컴퓨터 언어학자 얀 하이지치(Jan Hajič)와 핀란드 AI 연구소 실로AI(Silo AI)의 공동 창립자인 피터 샬린(Peter Sarlin)이 공동으로 주도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2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Digital Europe Programme)으로부터 2,000만 유로(약 315억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오픈유로LLM의 목표는 단순한 AI 모델 개발을 넘어, EU의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AWS와 오라클이 유럽 데이터 거점 구축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유럽 내 AI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역량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EU는 최근 110억 달러(약 1조 5,950억 원) 규모의 자체 위성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체결하며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타링크(Starlink)와 경쟁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 각국의 학계, 연구 기관, 기업이 관여하는 다자간 협력 모델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LLM 스타트업 플레이아스(Pleias)의 공동 창립자 아나스타시아 스타센코(Anastasia Stasenko)는 "빠른 성과를 내는 소규모 AI 스타트업과 달리, 20개 이상의 단체가 모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유사한 취지로 운영 중인 프로젝트인 유로LLM(EuroLLM)과의 중복성 문제도 지적된다. 유로LLM은 2024년 9월 첫 모델을 출시한 바 있으며,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 중이다. 유로LLM의 공동 연구원인 안드레 마틴스(Andre Martins)는 "프로젝트들이 서로 공개적으로 협력하고 전문성을 공유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기존 노력을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오픈유로LLM은 2026년 중간 버전을 출시하고, 2028년 최종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하이지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AI 제품이 아니라 유럽 내 AI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계 중심의 연구 프로젝트와 오픈AI(OpenAI) 같은 대형 AI 기업과의 경쟁은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