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영국 석유 대기업 BP(BP)의 지분을 매입하며 인수설과 경영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최근 BP의 지분을 확보하며 런던 금융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확한 지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700억 달러(약 101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엘리엇은 소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온 바 있다. BP의 주가는 지난 1년간 6% 이상 하락한 반면, 경쟁사 쉘(Shell)의 주가는 7.63%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BP의 부진한 실적, 과도한 부채, 불확실한 전략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엘리엇의 개입은 BP의 사업 방향성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BP는 최근 몇 년간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에 집중했지만, 엘리엇은 핵심 사업인 석유 및 가스 부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BP 투자자는 엘리엇이 BP의 사업부 분할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을 주장할 수 있으며, BP의 미국 상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BP는 오랜 기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타깃이 되어왔지만, 기업 규모가 워낙 거대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개입을 망설인 바 있다. 한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는 BP 경영진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BP의 상류(Upstream) 사업부만으로도 회사 전체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BP가 인수될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두 명의 고위 투자은행 관계자는 BP의 잠재적 인수자로 쉘이 가장 유력하지만, 국제적인 기업 결합 문제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쉘의 최고경영자(CEO) 와엘 사완(Wael Sawan) 역시 성과 개선과 재무 기강 강화에 집중할 것이며 대형 인수합병(M&A)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영국 정부가 북해 지역에서의 신규 석유 및 가스 채굴 허가를 꺼리는 환경 정책도 인수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P는 오는 화요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월 26일 중기 전략 업데이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BP는 연간 5%의 인력 감축과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선 상태다. 최근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인해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가운데, 엘리엇의 개입이 BP의 경영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