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3개월 남짓 연기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9월 1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조치가 새로 시행된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10% 관세 부과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USTR은 발표문과 함께 관세 부과가 연기된 품목 리스트를 공개했다. 추가 관세가 연기된 대상 품목으로는 휴대전화,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PC 모니터 등이 포함됐다. 이는 전체 품목 가운데 약 17%가량을 차지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보다 1.44%, S&P500지수는 1.4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5% 각각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 50지수는 0.92%,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0.33%,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0.60%,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도 0.99% 각각 상승했다.
반면에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의 하락 폭이 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6.8% 하락한 1만 6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SV를 제외한 10위권 내 다른 암호화폐 역시 동반 하락했다. 그러자 지난주 3천억 달러를 돌파했던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현재 2,800억대로 크게 내려앉았다.
금 가격도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0.2% 하락한 1,514.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비트코인과 금 가격 하락은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6일,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크게 폭락한 반면 비트코인은 금과 더불어 큰 가격상승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금과 함께 리스크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이번 일부 품목 추가 관세 연기에 따른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과 별개로, 비트코인이 금 가격과 동조 현상을 나타내는 것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기에 충분하다. 주요 경제 흐름에 따라 금 가격과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낼수록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BNN 블룸버그 발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금 가격과 비트코인 시세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금 가격과 비트코인 시세 상관계수는 0.496이었지만 최근 3개월간 수치는 0.827로 대폭 상승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때 비트코인이 '튤립 버블'과 비교되며 투기수단으로 평가됐었지만 최근 금과 가격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대체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