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시중 자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도 최근 1만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격 상승이 이뤄지면서, 금과 함께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전날보다 38.5달러(2.6%) 급등한 온스당 1,52.7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금 가격은 지난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5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여기에 6개월 안으로 1,600달러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투자노트에서 "금의 1,500달러 돌파는 시작일 뿐"이라며 "6개월 안에 1,600달러 대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업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비롯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안전한 도피처를 찾아 나설 듯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플랫폼 BNN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금 가격과 비트코인 시세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금 가격과 비트코인 시세 상관계수는 0.496이었으나 최근 3개월 간 수치는 0.827로 대폭 상승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같은 방향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업체는 "분석 샘플이 제한적인 만큼 금과 비트코인 간에 완벽한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최근 발표된 다수 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비트코인이 글로벌 자금의 새로운 피난처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 선물 시세
중국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샤오레이(肖磊)는 금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 올랐다"며 "이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과 비트코인이 상승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과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비트코인은 금, 채권과 같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주식 등 고위험 자산 시장에 몰려있던 대규모 글로벌 자금이 해당 안전자산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비트코인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은 글로벌 거시 경제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 리서치 업체 펀드스트랫의 창업자 톰 리(Tom Lee)도 "미중 무역갈등, 환율전쟁 속에서 암호화폐는 글로벌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금과 가격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금, 암호화폐, 채권 같은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금과 어깨 나란히 한다? 아직은 시기상조
한편, 글로벌 경제불안 속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아무리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융수단으로 떠오른다해도 금의 자리를 넘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유로퍼시픽캐피탈의 CEO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귀금속을 앞지를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금과 은이 앞서고 있다"며 "귀금속에 투자하는 것이 비트코인 투자 보다 덜 위험하며 상승 잠재력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미국 12선 하원의원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론 폴(Ron Paul)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새로운 금이라고 보는 견해에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비트코인은 역사가 매우 짧은 반면 금의 역사는 약 6천년으로 매우 길다"면서 "사람들은 부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금에 의존해왔다"고 말했다.
BMO캐피탈마켓의 수석 투자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Brian Belski)도 “비트코인은 지난 몇 년간 매우 변동성이 높았다"면서 "아직은 비트코인을 안전한 자산 피난처라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