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확산되면서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은 금 가격과 더불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각국 증시 큰 충격
미국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지 하루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아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중국의 최근 행동으로 야기된 불공정 경쟁 우위를 없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통화 가치를 거의 역사적인 최저치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이라고 언급한지 5시간 만의 일이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어제보다 46.62포인트 내린 1,900.36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장중 한 때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어제 7% 넘게 폭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코스닥도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은 어제보다 14.72포인트, 2.58% 내린 555.07에 거래를 시작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5일(현지시간) 40% 가까이 치솟으며 24선을 넘어섰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90% 하락한 25,717.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98% 하락한 2,844.7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7% 급락한 7,726.04에 각각 마감했다.
주식시장 급락으로 암호화폐 반사이익
한편, 각국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금과 더불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금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6일 오전 암호화폐 가격은 한 때 11,9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는 11,7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 시총 점유율은 67.9%를 차지했다. 비트코인 강세와 더불어 다른 암호화폐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지난 5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시세도 고공 행진 중이다. 증시 급락이 이어지던 5일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연초이후 25% 급등한 57,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값도 올들어 11%이상 올랐다.
美·中 환율전쟁, 비트코인 가격 상승 불러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모건크릭디지털애셋의 창업자 앤서니 폼플리아노(Anthony Pompliano)는 “이전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위안화 약세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2015년 겨울부터 2016년 겨울까지 위안화 환율은 약 10%가 상승(가치 하락)했고 같은 기간 중국 비트코인 거래소에서는 프리미엄이 발생했다"며 "이는 중국 투자자가 통화 가치 하락 등 금융 불확실성 확대 시 비트코인을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인 명의 예금 자산 중 1%만 비트코인으로 유입되어도 암호화폐 전체 시총 규모가 몇 배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 비트코인이 중국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암호화폐 업체 서클(Circle)의 CEO 제레미 알레어는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절하 등 환율 전쟁 움직임에 따른 자산 피난처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산 가치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