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금과 더불어 크게 치솟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더불어 새로운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재무설계자문기업 드비어 그룹의 니겔 그린(Nigel Green)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증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비트코인이 급등한 건 우연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이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상대적인 안전자산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희소성과 가치저장 기능을 지니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금이 궁극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비트코인은 세계의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 향후 금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전 미국 재무부 장관도 "최근 비트코인은 금, 채권과 같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은 글로벌 거시 경제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자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큰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안전자산이 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자산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최고 경영자인 요니 아씨아(Yoni Assia)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근 비트코인이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안전한 피난처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일종의 대체 가능한 가치 저장 자산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높아 몇 분 만에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며 "(특히 알트코인은) 지난해 말, 대규모 디지털 자산 매물이 갑작스럽게 쏟아져 나오면서 가치가 하루아침에 급락했고, 당시 투자했던 많은 이들이 재앙을 직접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리오넬 로랑(Lionel Laurent)도 최근 기고문을 통해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금 두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그들은 비트코인과 금이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번 달 들어 금 가격은 7% 상승했고, 비트코인은 18% 올랐다"면서 "최근 몇 년 간 비트코인의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봐온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이라는 얘기가 우습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랑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가치마저도 희소가치에 대한 인간의 투기적 심리에 의존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금은 비트코인보다 더 불합리하다. 금 신봉자들은 금이 가치 교환의 매개로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금의 가치가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실상은 금 가격 역시 인간의 심리 혹은 집단의 투자 행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물론 비이성적인 시장을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있고, 사람들의 광기 어린 맹목적인 투기를 이용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추가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이를 비트코인과 금이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증거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유명 사업가이자 억만장자인 마크 큐반(Mark Cuban)도 비트코인과 금이 화폐를 대체하는 자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이 기본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사물은 수집 가치가 있다"면서 "이는 비트코인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과 금의 가치는 모두 공급과 수요에서 비롯된다"면서 "비트코인에 있어 호재는 공급량이 제한적이라는 것이고, 금에 있어 악재는 더 많은 양의 금이 채굴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12일 오후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0.48% 상승한 11,4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점유율은 68.6%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