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서클, 베가 디지털 프라임 등 시장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관의 디지털 자산 채택 동향과 전망, 문제점을 공유했다.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KBW 2023의 메인 컨퍼런스 임팩트(IMPACT) 둘째날 '글로벌 기관의 디지털 자산 채택'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실비아 투 블리시 연구 수석이 좌장을 맡았으며 마누엘 노르데스트 피델리티디지털애셋 유럽사업개발 총괄, 레귤란 패시 서클 아시아태평양 부대표, 조나단 리 베가 디지털 프라임 공동 설립자·CEO가 참석해 기관 채택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 피델리티 "기관,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
피델리티디지털애셋 유럽사업개발 총괄은 "1000개 기관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약세장에서도 기관 채택률은 60~68%을 기록,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관의 우호적인 시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자산 할당 비율은 적지만, 작은 자산을 투입해 실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더 고무적인 부분은 향후 투자 의향은 80%를 넘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누엘 노르데스트는 "밀레니얼 세대는 더욱 디지털 친화적이며, 디지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기관이 젊은 세대를 포괄할 디지털 수용적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키 등 원시적이고 복잡한 기술 요소 ▲규제 불확실성 ▲완전히 새로운 자산 및 가격 모델 등은 채택 방해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델리티 관계자는 규제 명확성을 확보한 유럽 시장의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한 국가의 허가를 받으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종합 규제 법 미카(MiCA)가 금융기관의 디지털 자산 채택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데스트 총괄은 "FTX 붕괴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시장에서 채택률 저하가 나타났지만 적격 수탁기관 이용 등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시장이 더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3년 전후로 강세장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 서클 아태 지역 부대표 "기관들, 다음 강세장 대기"
레귤란 패시 서클 아시아태평양 부대표는 "약세장에서 대중 관심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은행과 기관은 현재도 암호화폐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암호화폐에 회의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미 강세장을 봤기 때문에 다음 강세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관 채택에 있어서 규제가 관건인데, 싱가포르의 규제 발전, 홍콩의 소매 거래 허용,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등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밝혔다.
서클 아태 지역 부대표는 "미국 규제도 부정적인 상태를 오래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시 부대표 역시 세대 변화가 기관의 디지털 자산 채택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틱톡 세대에게 어떤 통화로 거래할 것인가는 무의미하다"면서 "그저 '가치'를 거래하는 것이 더 와닿는 개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공동체가 되고 자국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관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관 채택 방해 요인으로는 시장 규모의 한계를 짚었다.
서클 아태 지역 부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은 다해도 1조 달러"라면서 800조 자본 시장에서 0.3%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조 달러 정도의 규모가 돼야 포트폴리오에 할당할 만큼 유의미한 자산이 된다"면서 "그만큼 규모가 커지고 유동성과 역동성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단기 강세장보다는 10~15년에 걸친 큰 추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클이 인프라 기업으로서 블록체인에서 수십조 달러의 이동을 지원하고, 월렛 내재화 등 복잡성을 없애 손쉬운 웹3 앱 구축을 돕는 조력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망 시장으로는 규제가 준비된 국가들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처럼 인구가 많은 곳을 지목했다.
그는 "인구가 많아 글로벌 거래 수요가 많지만 은행 시스템이 약한 국가에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한 이용자 유입, 시장 확장, 기관 유입의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베가 디지털 CEO "기관,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은 진행형"
베가 디지털 프라임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조나단 리도 "기관의 암호화폐 채택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코인베이스의 기관 수익 비중이 21%에서 4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점 등을 언급했다.
조나단 리는 "작년 사고 때문에 속도는 줄었지만, 기관들은 이미 채택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유의미한 시장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래 활동이 빈번하고 복잡한 거래 전략을 전개하는 헤지펀드, 거래 빈도는 낮지만 거래 규모가 큰 자산관리 기업이 시장에 참여한다면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 채택 방해 요인으로는 일관된 회계 및 규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베가 디지털 프라임 CEO는 "규제가 엄격할수록 기관 진입이 쉬워진다"면서 "기관은 규제 안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 실패 사례가 많다는 질문에 대해 "한국은 인터넷 연결 수준, 유동성, 디지털 자산 친화도가 높지만, 업비트, 빗썸 등 현지 플레이어들이 원화 시장을 점하며 관련 이익과 책임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업이 현지 산업 및 규제 당국과 접점 없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긴 힘들다"면서 "이에 최근 M&A를 통해 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6번째를 맞는 임팩트는 웹3 커뮤니티빌더 팩트블록, 블록체인 벤처캐피탈(VC) 해시드가 공동 주최하며,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신라 호텔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