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델리오의 기습적인 출금 정지 공지를 두고 금융당국이 횡령·배임 이슈를 언급하며 "수사당국과 협조해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14일 밝혔다.
내부자로 추정되는 관계자의 커뮤니티상의 폭로도 이어지며 현재는 사실파악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예치 업계에서 연달아 출금 정지 공지가 이루어지고 말이 바뀌자 이른바 '먹튀'(러그풀) 현상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델리오 대표의 거짓말과 횡령 및 배임 의혹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먼트의 입출금 중단 소식에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무관하다"며 "서비스는 정상"이라고 말한지 하루만에 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상호 대표는 블록미디어 측에 "하루인베스트에 투자한 것 맞다"며 "금액은 밝힐 수 없다"며 전날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자체 운영'을 강조해왔으나 일부 자금을 이율이 더 높은 하루 인베스트에 예치해 운영해오며 투자자들에게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오후 6시 30분 델리오 출금정지 공지가 나온 직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는 일제히 델리오 대상 입출금 주의 및 중단을 안내했다.
이날 한 델리오 관계자는 "현재 델리오가 지급정지 상태에 임박했으며 분식회계와 자금 빼돌리기가 진행중"이라고 블록체인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폭로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델리오의 내부 회계 관리 상태가 엉망이고,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이 섞여져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회사 보유 자산 중에 현금이 없는 상태로 고객 자산을 이용해 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객 예치금 역시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 인수를 위한 작업이 무산되며 대출금 상환도 안 된 상태에 외주 컨설팅 비용도 전부 밀렸다"며 "업계에서는 델리오에 컨설팅하면 자금을 못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 개인 명의를 활용해 우회 현금화를 해온 정황도 언급됐다.
지급정지가 임박하자 정상호 대표로 추정되는 지갑으로 델리오 자금 중 비트코인 126개가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화로 약 4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익명을 요청하며 관계자라고 밝힌 이는 "리플 등 알트코인으로도 자금을 빼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급 정지 전에 본인 몫의 자금을 빼두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루인베스트 이슈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할이 아니"라며 "사기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델리오는 VASP 신고가 되어있지만 해당 신고는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규제 공백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델리오가 미신고 사업체와 거래를 했다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미신고 사업자인 하루인베스트의 위법 행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세탁보다 횡령과 배임에 가깝다면 수사당국과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루인베스트는 출금정지 이유에 대해 "위탁운영사 중 하나인 비앤에스홀딩스(구 아벤투스)가 허위 경영보고서를 제공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형사고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겨 출금정지를 진행했고, 언제까지 출금이 불가능한지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델리오는 출금정지 이슈가 나오기 하루 전까지도 채용전환형 여름 인턴십 공지를 올리는 등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출금정지 명목으로는 "하루인베스트로 인한 여파로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혼란스러운 여파가 해소될 때까지' 일시적인 출금 정지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델리오 역시 무기한 출금정지를 알린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하루인베스트 사건으로 출금량이 많아지자 엉터리 회계를 통해 운영해온 델리오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다급히 출금정지를 공지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이율에 속지말고 내 돈은 내 지갑으로 출금하자"며 이번 사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