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 방식에 대한 암호화폐 업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규제 이행 수준을 개선해온 산업은 기술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받아 합법적인 산업으로 안착해갈 것을 기대했다.
물론 테라·루나, FTX 등 암호화폐 기업과 프로젝트의 공중 분해 이후 촘촘한 규제 수립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럽연합, 홍콩,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선 이미 자리 잡은 암호화폐와 공존하기 위한 질서 수립에 나섰다.
아쉽게도 미국 정부의 시각과 접근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 자체를 '위험'으로 간주하는 시각을 버리지 않았고 다른 산업과의 접점을 없애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 암호화폐 업계 주요 '거래소' 흔드는 SEC
암호화폐 시장 관할권을 강력히 주장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TX 사태 이후 개입 및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를 우롱하거나 위험에 빠뜨린 사기성 프로젝트에 대한 단속은 당연하지만, 규제 이행 방안을 고심하며 당국과 꾸준히 접촉해온 업계 대표 기업들까지 '집행 조치'를 통해 흔든다는 점이 공분을 사고 있다.
SEC는 올해 2월 오랜 약세장에 반격할 자원이 충분치 않았던 크라켄의 스테이킹 사업을 멈춰 세웠다.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규모이자 최초로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를, 이달에는 이미 미국 내 사업 운영을 포기한 '비트렉스(Bittrex)'를 타깃 삼았다.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22일 SEC의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받았다고 밝혔다. 웰스 노티스는 기소 전에 대상자에게 혐의를 설명하고 해명할 기회를 주는 사전 통지서다.
거래소는 SEC가 ▲스테이킹 프로그램 '코인베이스 언(Coinbase Earn)'과 ▲상장 암호화폐 ▲월렛 ▲코인베이스 프라임 서비스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웰스 노티스를 받은 비트렉스는 즉각 미국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달 17일 SEC는 결국 집행 조치를 단행했다.
SEC는 "비트렉스는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거래소, 브로커 딜러, 청산 기관을 운영했다"면서 비트렉스와 윌리엄 시하라 비트렉스 공동설립자, 비트렉스 글로벌까지 기소했다.
◇ 관할권 확대 위한 '규칙 변경' 작업
개별 기업에 대한 처벌적 조치뿐 아니라 '규칙 변경'을 시도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암호화폐 특성을 반영한 규칙 변경이 아니라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조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규칙 변경이다.
2월 16일 헤지펀드, 벤처 투자사, 연금 펀드 등 등록 투자자문업체(RIA)가 은행이나 신탁 기관 같은 '적격 수탁업체'를 통해서만 암호화폐를 보관하도록 규칙 변경을 진행했다.
사실상 투자자문업체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대출 플랫폼 이용을 차단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에 코인베이스, 앵커리지 등 일부 암호화폐 기업들이 '적격 수탁업체'임을 주장했지만,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곧장 "암호화폐 기업은 안전한 수탁기관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이달 14일에는 거래소의 정의에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를 포함시키기 위한 규칙 변경에 착수했다.
SEC 위원장은 '디파이'가 증권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암호화폐가 대부분 증권이며 취급 거래소는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면서 '탈중앙화'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규칙 변경 작업은 실제 확정되지 않더라도 산업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선과 업계의 규제 리스크를 부각시켜 산업 성장과 참여를 위축시키는 위협이 되고 있다.
◇ 한결 같은 겐슬러 "증권법 예외 없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SEC가 암호화폐 기업을 규제하고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권한이 충분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맞춤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암호화폐 기업이 기존 증권법에 따라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암호화폐 기업이 기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 브로커딜러, 수탁, 청산 등을 제공하고 하는 만큼 규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단지 '위험 요소'로 봤다. 그는 18일 하원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를 은행권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암호화폐 기업의 증권법 불이행이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대중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가 증권법 '예외'를 적용하거나 맞춤 규제를 제시할 만큼 혁신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혁신성을 따지자면 '인공지능' 규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SEC 위원장은 이더리움 증권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피하고 단지 집행 강화를 위한 예산 확대와 해외 감독 지원을 요구했다. 증권과 무관한 기술 특성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을 기대할 수 없었다.
◇ 업계 "SEC, 규제 이행 돕지 않았다" 비판
코인베이스와 비트렉스는 SEC의 타깃이 된 직후 규제 절차 및 당국 대응 방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두 거래소 모두 SEC와 여러 차례 논의를 가졌지만 규제를 이행할 방도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인베이스는 9개월 동안 30회 이상 SEC 관계자를 만났지만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와서 당국과 논의하라'는 말과 달리 당국이 업계가 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폴 그루월(Paul Grewal)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자산 증권성 여부나 거래소 등록에 관한 문의에 답변을 거부하다가 갑자기 웰스 노티스를 보낸 점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웰스 노티스의 내용은 광범위했지만 모호했다"면서 "코인베이스 사업에서 SEC가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마리아(David Maria) 비트렉스 최고법률책임자(CLO)도 미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이유가 미국의 규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SEC과 함께 등록 방안을 논의했지만 미국 시장 내 활동을 중단하는 것 외에 규제를 이행할 방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거래소 측은 암호화폐 기업이 SEC 규제를 준수할 수 없는 것은 애당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강제 집행을 통한 규제가 미국 블록체인 기술 및 혁신 부문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반격하는 암호화폐 산업
업계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하고 성숙했다는 자신감에서든, 궁지에 몰린 절박감에서든 당국이 업계 규제 환경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대응하고 있다.
이달 20일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mstrong) 코인베이스 CEO는 SEC의 무차별적 규제가 자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의회 개입을 촉구했다.
이행 가능한 명확한 규칙을 제공하지 않고 주요 기업에 집행 조치를 취하는 SEC에 맞서 싸우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할 뿐 아니라 친(親) 암호화폐 정치 환경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코인베이스는 이달 24일 SEC에 청원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거래소는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SEC의 공개 발언과 집행 활동을 보면 SEC는 거래소의 청원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 같지만, 대중에게 공식 입장을 알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SEC가 청원을 공식 거부해야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규칙 수립의 필요성을 피력하거나 기관 결정의 적절성을 물을 수 있다"면서 대중과 공식적으로 공유하지 않은 법적 견해를 바탕으로 집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업계, 규제 아닌 '괴롭힘' 한 목소리
기소를 당한 코인베이스, 비트렉스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SEC 규제 방식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리플 법률 고문 스튜어트 알더로티(Stuart Alderoty)는 SEC의 규제 방식은 일종의 괴롭힘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브래드 셔먼 의원 발언을 인용 "규칙 변경을 통해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기보다 집행 조치를 통해 시장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있다"면서 "규제 기관 변덕에 소비자와 시장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웹3 벤처 투자 기업 '패러다임(Paradigm)'은 SEC가 증권이 아닐 수도 있는 암호화폐를 공시 체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고 비판했다.
증권은 기업에 대한 법적 권리를 제공하고, 거래에 중개자가 필요한 반면, 암호화폐는 프로토콜 기술 자체를 제공하며 개인간(P2P)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 기업은 "이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에 대해 SEC는 기업이 규제를 따를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을 제공하지 못했다"면서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려면 기존 공시 제도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SEC 위원장이 '암호화폐는 대부분 상품'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업계 비판은 더욱 커졌다.
SEC 위원장은 2018년 MIT 대학원 과정인 '블록체인과 화폐'에서 강의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75%는 증권이 아니다"라며 "그저 상품(commodities)이자 현금성 암호화폐(cash crypto)일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명 암호화폐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Peter Brandt)는 SEC 위원장이 "파산 및 사기 사건에서 기업 도피처 역할을 했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출신"이라면서 "투자자 편이 아닌 대형 은행과 브로커의 하수인"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 정계 인사들도 업계 지원 사격
정계에서도 SEC 접근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SEC가 디파이와 중앙화 거래소에 동일 기준을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 신기술을 소멸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SEC가 "진전이 아닌 정체를 지지하며 중앙 집중화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해외로 추방하고 소멸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과 디파이 부문이 이행 가능한지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소의 정의를 비합리적인 범위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C 위원장직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워런 데이비슨(Warren Davidson) 하원의원은 지난 18일 SEC 위원장직 폐기 및 이자직 대체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SEC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에 실패하고 권력을 남용했다"며 증권거래위원회의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그는 청문회에 참석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질타하며 해임 사유 7가지를 열거하기도 했다. 빈번한 규칙 변경 제안과 짧은 의견 수렴 기간, 불합리한 등록 제도, 명확성과 해결책 없는 강제 집행, 암호화폐 수탁 금지 등을 거론했다.
◇ 해외로 눈 돌리는 업계
SEC의 규제 강화에 암호화폐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의지를 높이고 있다.
제미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맡을 CEO를 임명하고 싱가포르와 인도 팀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도 개설할 계획이다.
코인베이스도 버뮤다에서 운영 허가를 얻어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를 출범한다. 이밖에 아부다비, 브라질, 캐나다 등에도 진출을 예정하고 있다.
제미니, 코인베이스, 크라켄 세 거래소 모두 아일랜드 중앙은행에서도 허가를 취득, 미국 외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미국이 수 년 내 명확한 규제를 마련하지 못하면 거점을 이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국 시장을 떠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 다른 길 가는 유럽·홍콩
미국의 규제 행보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유럽연합, 영국, 홍콩 등 다른 나라에서는 규제 재정비를 통해 암호화폐를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일 '암호화자산시장규제법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이 의회를 통과시켜 회원국이 따를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수립했다.
MiCA 협상을 이끌었던 스테판 버거(Stefan Berger) 의원은 "MiCA는 암호화폐 산업이 신뢰를 회복하고 유럽연합이 토큰 경제의 선두에 서도록 해줄 것"이라며 암호화폐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창펑 자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CEO는 "MiCA가 명확한 게임 규칙을 제시했다"면서 "산업이 함께 직면한 과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리플(XRP)의 국제 정책 담당 고문 수잔 프리드먼(Susan Friedman)은 "미국이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는 것 보다 집행에 더 초점을 맞추는 사이 유럽연합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접근을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중국 규제 실험의 장으로 알려진 '홍콩'은 암호화폐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수용적인 규제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내달 암호화폐 거래소 허가제에 대한 지침을 공개하고 6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홍콩 통화청(HKMA)은 28일 "은행이 불필요하게 암호화폐 업계의 계좌 개설을 어렵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개방 움직임은 기업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후오비, 오케이엑스, 싱가포르 대형 은행 DBS, 중국 메이저 온라인 증권사 타이거 증권도 홍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허가 취득을 준비 중이다.
이뿐 아니라 영국, 일본 시장 역시 암호화폐 맞춤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재정청 관계자는 "대체 자산이자 틈새 시장이었던 암호화폐가 주류화되고 있다"면서 "적절한 규제 체제를 갖추기 위해 업계 의견을 듣기 원한다"고 밝혔다.
◇ SEC 넘어 은행 당국까지 '첩첩산중'
미국 암호화폐 산업을 홀대하는 것은 SEC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은행권 위기에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들은 문을 닫았는데, 은행 당국까지 암호화폐 취급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보이며 암호화폐 기업의 은행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 1월 은행 감독 당국들은 '은행-암호화폐 산업 분리 권장 성명'을 발표했다. 행정부는 암호화폐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암호화폐와 일반 금융 시스템 간 관계를 심화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25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RRP) 거래 상대방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는데, USDC 준비금 펀드의 연준 계좌 액세스 권한을 박탈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 닉 티미라오스(Nick Timiraos) 기자는 "연준이 스테이블코인 자금 접근을 거부할 방안으로 RRP 거래 상대방 자격 규정을 강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친(親) 암호화폐 의원들은 산업에 대한 은행 접근을 막기 위한 은행 당국의 차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미국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 3인은 "당국이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은행 서비스 제공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 같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에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미국 혁신을 억제하기 위한 당국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면서 은행을 압박해 암호화폐 산업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암호화폐 산업이 겪는 암울한 규제 상황은 지난달 부실 운영, 리스크 관리 실패, 감독 부족 등의 이유로 무너진 은행권에 대한 정부 반응과 크게 대비된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지난달 JP모건 등 은행 11곳에서 30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 수혈을 받았지만 다시 도산 위기에 놓였다. 지난 24일 예금이 40% 넘게 줄었다는 분기 실적보고서를 공개한 뒤 50%의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현재 JP모건과 PNC가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금도 위기 상황이 끝나지 않은 은행권에 대해 "필요하면 즉각 개입하겠다"며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규제 지원 없이 성장하기 위해, 규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부딪히며 투쟁하고 있다.
지속적인 규제 혼란은 투자자 불안감을 조성하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씨씨데이터(CCData, 전 크립토컴페어)는 규제 문제로 시장 점유율, 현물 및 파생상품 거래량이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암호화폐 행사가 예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한 것 역시 규제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이 거부된 비트코인 신탁 업체 그레이스케일, XRP 증권성과 관련해 리플 역시 SEC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법무부 반대가 있었던 '디지털 보이저' 인수를 철회하면서 "미국의 적대적이고 불확실한 규제 환경은 예측할 수 없는 운영 환경을 조성해 미국 비즈니스 커뮤니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소는 미국 CFTC에도 기소된 상태다.
한편, 에민 귄 시러(Emin Gün Sirer) 아바랩스 설립자는 21일 최근 행사에서 어떤 강력한 규제 단속도 암호화폐를 무너뜨리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당국이 암호화폐를 완전히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우선하는 세대가 암호화폐 기술이 사라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 당국이 코드를 분석하고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산업이 완전히 성숙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10억 명의 사용자를 수용할 확장성, 사용 편의성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정책입안자들도 기울어진 규제 지형을 바로 잡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21일 더블록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원과 하원이 암호화폐 지원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했다. 양당은 내달 법안 도입을 목표로 법안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내달 합동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 일련의 합동 청문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디지털 자산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루미스와 길리브랜드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초당적 법안 작업에 힘을 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두 달 동안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자본 조달부터 증권 제도에서 상품 제도로 전환하는 방법 등 권리 보호를 위한 법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