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작은 유동성으로 인해 시세 조정 사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실명계좌를 등록한 개인 사용자만 거래할 수 있고 기관 거래가 원천 봉쇄되어 있어 유동성이 부족합니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바이낸스와 한국블록체인학회가 공동 개최한 '제1회 디지털혁신학술포럼'에서 한국 가상자산시장의 특수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개인이 아닌 기관은 실명계좌를 사용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량보다 다른 토큰의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특수성을 보이고 있다.
레온 풍 대표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시장의 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80%이상의 거래량이 다른 토큰에 몰려 있다"고 부연했다.
기관이 계좌를 등록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놓은 점이 '시세 조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가상자산이 불공정 상장 의혹에 휩싸이고, 이와 연루된 납치·살인 사건도 발생하는 등 가상시장과 관련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강남 역삼동 한복판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P코인)코인은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도 이같은 정황이 드러났다.
거래소 관계자가 코인 발행사와 결탁해 금품을 댓가로 해당 코인을 상장하고 시세 조종으로 가격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일반 투자자들 또한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 대표는 투자자들이 스스로 백서를 읽는 등 학습을 통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퐁 대표는 기관들도 실명 계좌를 설정할 수 있는지 등을 정해주는 명확성이 마련되고, 이같은 쉐도우 규정이 추가되는 과정을 통해 시세조종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지난 25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루어진 가상자산법 통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냐는 질문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보통 그대로 입법 트랙을 밟는다. 18개 법률안을 모아서 통합해서 대안으로 통과시키는 통합 대안으로 이뤄졌는데, 기존에 제출됐던 법률안도 모두 입법에 성공하는 셈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권법은 해당 업종의 경계를 정하는 법이다. 그런데 가상자산법이 '통합 대안'으로 통과가 되면서 이에 대한 정의를 특금법에 있는 정의 그대로 가져왔다. 그대로 통과된다면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주고 받는 기프티콘도 가상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의 범주가 아닌 '기프티콘'도 가상자산법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는 가상자산법을 만들게 된 취지와 어긋나게 된다"며 보다 꼼꼼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련 부서에 의견을 받아 법안 통과를 결정하는 25일에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가상자산 집단소송' 같은 경우, 법무부 측에서 의견을 전달받지 못해 심도있게 논의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입법에 필요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통합대안으로 통과되면서 집단소송은 기존 증권시장법을 그대로 적용받게 됐다.
투자자 보호 입장에서 집단소송을 할 수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지만, 2005년부터 시행된 증권시장법 안에서 적용되는 '집단소송'의 경우 고려해야 할 복잡한 사안들이 많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수호, 김동환 변호사와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가상시장법인 만큼, 세세한 조항들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법안이 통과될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에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입법 첫 발을 뗀 '가상자산법'이 본회의 과정에서 보다 넓은 이용자보호를 담아낼 수 있도록 살피는 과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번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이 스타트업의 자본 도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금융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기업이 자본조달하는 기존의 방법들은 코스닥, 나스닥 상장이었다. 최근 웹3.0 기업들은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바이낸스나 타 글로벌 거래소들에서 상장을 하는 등 (거래소를)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모습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등장하기 전 기업들은 코스닥이나 나스닥 상장 준비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컸고, 상장요건을 맞추기 위해 수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했다.
김 대표는 "상장 준비 기간 동안 각 정부의 규제 상황이 정치적으로 변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기업들의 성장과 100% 부합되지 않는 규제가 있기도 했는데 이같은 비효율성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시장과 안착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환경이 기업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다는 점에서 금융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이같은 금융 혁신이 낙후된 지역들의 리테일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포럼에는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 대표를 포함해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소냐 마부바니 바이낸스 아태지역 규제 전문 변호사,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대표, 김준우 쟁글 대표,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 진창호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대 대표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맡고 있는 레온 풍은 고팍스의 신임 대표에 선임되면서 윤창현 의원이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 깜짝 등장하는 등 국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거의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운 고팍스는 이달 초 바이낸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