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는 25일 오전 10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규율체계 관련 법안을 논의, 잔여 쟁점 정리에 나섰다.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계류안을 다룬다. 법안심사소위에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금융위원회 소관 법률안 72건, 국가보훈처 소관 25건 등 97건의 법안이 올라왔다.
지난달 28일 열렸던 소위에서는 ▲가상자산업법안(이용우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양경숙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권은희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윤창현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산업 발전 및 이용자보호에 대한 기본법안(김은혜 의원 대표발의) 등이 상정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최근 체포되면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법 관련 법안이 제일 먼저 논의 대상에 올랐다. 정무위 안에서도 관련 법안부터 먼저 제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CBDC의 경우엔 최근 벤처업계 등에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조속한 도입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이번 소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이 법안심사를 통과할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 쟁점 조율로 10시로 예정됐던 회의 시작 시간이 미뤄져 최종 결과는 오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소위에서는 가상자산을 정의하는 용어, 증권성 판단 여부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가상자산을 정의하는 용어도 혼재상태였다가, 이날 회의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금융위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 마련에 탄력을 받은 만큼 25일 열리고 있는 소위에서 보다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소위에서 쟁점이 됐던 한국은행 자료제출요구권 관련 양 기관의 입장차가 해소되면서 가상자산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 관계자는 "25일 열리는 법안소위가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날 논의 결과에 따라 의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 부여안을 수용한 데 이어 관련법상 CBDC 제외 주장도 받아들인 상태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덜게 된 한은은 CBDC 관련 한은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결제국이 작년 발표한 자료를 통해 'CBDC 관련 사항'을 적용 대상에서 예외시키는 안과 함께 "향후 한은법 개정을 통해 CBDC 발행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모의 실험을 넘어 내년에 CBDC 발행 관련해서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계획 중이다. 거기 들어오는 사업자들이 CBDC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가상자산업법의 규제를 받는 내용인지 아닌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카 또한 CBDC를 가상자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 모두 CBDC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굳이 법조문을 만들어 제외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첨예한 대립 끝에 제외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유럽연합의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암호화자산시장규제법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 이하 미카)이 의회를 통과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CBDC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는데, 법문으로 또 다시 CBDC를 가상자산법 안에 명시 제외하라는 명문화가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현행 한은법상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는 '한국은행권'과 '주화'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CBDC 도입을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당시 연구진은 CBDC에 법화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충족된다"며 "한은법을 개정해 CBDC 발행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은은 CBDC 도입을 위한 기술적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CBDC 모의실험 및 금융기관 연계실험에 나섰으며 제도적 연구에도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 "국제결제은행과 함께 도매용(wholesale)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1단계 법안에서도 한국은행의 자료제출요구권을 명시하는 걸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3월 법안 소위에서 정무위원들과 각 기관은 점진적, 단계적 입법 방향에 합의하고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1단계 입법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1단계 입법은 고객자산 보호, 불공정 거래 등 이용자보호 규제 도입이 중심이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국제기준이 가시화 되면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