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금지에 필요한 가상자산 법안 논의가 3월 국회에서 또 한 번 불발됐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구체적 논의 없이 연기를 거듭한 가상자산 법안 심의는 다음 달 국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회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날 가상자산 관련 법안 논의는 불발됐다.
앞서 정무위는 이날 관련 법안 17건을 안건으로 채택해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법안소위는 오후 공청회 일정으로 오전에만 이뤄져 34번째부터 50번째 순서로 배정된 가상자산 법안은 법안소위 개최 전부터 논의가 불투명했다.
끝내 법안소위에서는 민주유공자 관련 법안을 포함한 국가보훈처 법안 6개를 논의하는데 그쳤으며, 가상자산 법안은 시간 부족으로 인해 다음 정무위로 밀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 제·개정안은 총 17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인 법안이다.
두 법안은 모두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를 담고 있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와 시세조종행위·부정거래 행위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와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 시장 감독과 검사·처분 권한 부여 등 주요 내용도 동일하다.
이들 법안은 모두 지난해 발의됐지만, 지난해부터 2023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겹치는 등 정무적인 이유로 인해 심사 연기를 반복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의힘이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같은 달 29일 예정됐던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했다.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심의도 중단됐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해 12월 26일 법안소위를 열며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을 의안에 상정했지만, 법안들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이유로 이날 법안소위는 심사를 시작도 하지 않은 채 회의를 종료했다.
국민의힘은 별도로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제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협상이 필요한 정무위에서 가상자산 법안은 정체된 상황이다.
법안 심사가 거듭 밀리면서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공백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자본시장 대비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이 너무 크다"며 "시장 발전을 위해 디지털자산법 제정과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급한데 국회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이들이 이익은 크고 처벌가능성은 낮은 가상자산 시장으로 모일 수 있다"며 "특히 디지털자산법 제정은 속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의원님들께서 많은 노력을 경주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