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일론 머스크가 애정하는 글자를 넘어, 그를 대표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 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X의 공식적인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그가 창립했던 온라인 은행의 이름이 바로 X.com(엑스닷컴)이었다. 엑스닷컴은 컨피니티라는 회사와 합병해 사명을 페이팔(PayPal)로 바꾼다. 이후 페이팔은 15억 달러의 가치로 이베이(eBay)에 인수된다. 회사를 매각한 일론 머스크는 1억 6,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얻게 되는데,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약 2,000억 원 가량이다.
젊은 부자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는 이 돈을 자본금 삼아 민간 우주탐사기업을 설립한다. 회사의 이름은 모두가 짐작하듯 스페이스X이다. X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고급 SUV 모델의 이름은 모델X이다. 2022년 4월, 일론 머스크는 델라웨어에 X홀딩스 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을 등록한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의 아들 중 한 명의 이름에도 ‘X’가 있다. 2020년 5월, 일론 머스크와 그의 연인인 음악가 그라임스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름을 ‘X Æ A-12’로 지었다.
그런데 X를 언급하는 진짜 이유는 지금부터이다. 크립토와 AI라는 가장 혁신적인 산업이 X로 묶이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닷컴 도메인은 오랜 기간 내용이 없는 빈 페이지로 존재했는데, 일론 머스크는 이 도메인을 2017년에 다시 사들인다. 도메인을 구입하며 지불한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500만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X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계획은 트위터 인수를 통해서 구체화 된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는 모든 것의 앱인 ‘X’를 만들어 내는 촉진제’라는 트윗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슈퍼 앱 ‘X’안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지급 결제 기능, 소셜 미디어, 소액 결제, 게임, 음식 배달, 차량 공유, 쇼핑 등의 모든 서비스를 집어넣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트위터 내부에서는 이 계획을 ‘트위터 2.0’이라고 부르는데, 일론 머스크는 2.0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10배쯤 높이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모든 것의 앱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일론 머스크가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으로 더욱 구체화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모건스탠리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트위터가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이 되기를 바란다”며 속내를 밝혔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편리한 결제 기능과 블록체인을 언급했다.
슈퍼 앱 ‘X’를 향한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 4월 11일, 일론 머스크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X’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어서 블룸버그를 통해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다. 트위터를 X 코퍼레이션(X Corp)이라는 페이퍼 컴퍼니와 합병했다는 기사였다.
불과 이틀 후인 13일, 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트위터가 ‘이토로(eToro)’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식 및 암호화폐 가격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투자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출시한다는 기사였다. ‘슈퍼 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금융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한걸음 더 진척된 셈이다. 현재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도지코인으로 향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파랑새 로고를 도지코인의 시바견으로 바꿨다가 8일 만에 다시 파랑새로 교체했다. 트위터와 도지코인의 연결 고리가 생겨날 거라는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트위터 내 결제에서 도지코인이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아직 이더리움과 도지코인의 정보는 트위터에서 제공하지 않지만, 곧 적용될 거라는 것 역시 지배적인 전망이다. 또한 향후에는 더 다양한 암호화폐가 도입될 것이다.
X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이 아니다.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네바다 주정부에 접수된 서류를 인용해서 이런 보도를 내보냈다.
"일론 머스크가 네바다주에 새로운 인공지능 회사를 설립했다. 이 인공지능 회사의 이름은 X.AI 코퍼레이션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설립된 이 회사의 이사로 일론 머스크가 등재되어 있고, 머스크의 오랜 동료인 재러드 버첼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재러드 버첼은 뉴럴링크의 CEO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는 X.AI에 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정황을 전했다. 일론 머스크가 AI 연구원 및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 새로운 조직 구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딥마인드 출신 과학자 이고르 바부슈킨과 마누엘 크로이스 등을 영입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챗GPT를 출시한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해 인력 수급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과감한 행보는 계속해서 전해졌다. 그는 엔비디아를 통해 수천 개에서 1만개 가량의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 프로세서도 구입했다. GPU는 복잡한 수학적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고도로 전문화된 프로세서로, 생성 AI에 사용되는 신경망 교육에 가장 이상적이다.
평소 자신의 주장과 소신을 가감 없이 밝히는 일론 머스크는 X.AI에 대한 속내도 금세 드러냈다.
“챗GPT가 거짓말도 말하도록 훈련되어 있기에 나는 진실한 AI를 만들겠다.”
이어서 자신이 추구하는 AI의 이름이 트루스(Truth)GPT라는 언급과 함께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최대의 진실 추구 AI(maximum truth-seeking AI)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의 발언만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 명확히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슈퍼앱 ‘X’ 개발에 생성AI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트위터는 4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여있다. 거대언어모델을 학습시키기에 충분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이다.
아울러 80% 가까이 해고된 트위터 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는데도 AI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가 AI를 활용해 검색을 강화하고, 사용자 맞춤 광고에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트위터는 생성AI를 촉진 시키고, 반대로 생성AI 역시 트위터를 보완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돌발 행동을 일삼고 있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만큼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그 단서를 X에서 찾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 홀딩스 코퍼레이션(X Holdings Corporation)은 세계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 개발에 중점을 둔 연구소이다. 즉, X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X는 일론 머스크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이자, 인류를 위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는 크립토와 AI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본 칼럼 또는 기고문은 토큰포스트 기조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